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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의문사 규명 중단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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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의문사 규명 중단 안된다

입력
2002.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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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활동이 마무리 되었다. 조사가 충분히 이뤄져서가 아니다. 미진한 조사활동을 위해 시간이 더 필요했음에도 법정 조사기간이 끝났기 때문이다. 진상규명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인지라 의문사위원회와 관련 유족들은 당연히 활동을 연장하는 법 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를 묵살했는데, 그 이유에서 어떠한 명분도 찾을 수 없거니와 묵살하는 수단과 방법이 졸렬하기 그지없다. 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에 제출됐으나 심사도 받지 못한 개정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못함으로써 자동 폐기되었던 것이다.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이와 관련한 책임 있는 언급은 커녕 그 흔한 논평도 한 마디 없다. 청와대 역시 "국회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만 밝힌 채 묵묵부답이다.정치권의 태도는 무관심을 넘어 무책임하기조차 하다. 아마도 '이 정도의 조사로 면피는 했으니 더 이상 문제를 건드려 확대시키지 말자'는 그들의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던 듯하다. 의문사 진상규명에 대한 그들의 태도는 처음부터 마지못해 응했던 것이었다. 의문사특별법 제정이 무려 422일에 걸친 관련 유족들의 천막농성의 결과 가까스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랬고, 특별법이 위원회에 부여한 허약하기 짝이 없는 조사권한이 그러했다. 이를테면, 의문사특별법의 규정상 민주화운동이 아닌 의문사는 조사대상이 될 수 없었고, 조사대상자가 조사를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수 없었다. 기껏 위원회가 할 수 있는 제재란 과태료 부과가 고작이었다. 사안의 성격상 조사대상은 국정원이나 군, 경찰 등 막강한 정부 권력기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의 책임을 부여한 위원회에게 주어진 권한이란 고작 그 정도였다.

의문사 진상규명이 그만큼이나마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미약한 조사권에도 불구하고 의문사 조사를 할 수 있었던 법적 기관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이와 함께 그 존재를 바탕으로 그야말로 '발로 뛰었던' 조사원들과 이에 대한 유족들의 눈물겨운 성원 때문이다. 위원회가 조사한 참고인 수가 5,613명에 달했고, 이를 위해 조사관들이 출장을 다녔던 거리가 경부고속도로를 897회나 이동할 수 있는 거리였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정원이나 기무사 등 조사 대상인 정부기관이 보여주었던 태도는 어떠했던가. 그들은 자료를 늦게 제출하거나 아예 없다고 잡아떼기 일쑤였으며, 심지어 불필요하고 무관한 자료를 주거나 흘려 조사활동을 방해했다. 박창수(한진 노조위원장)씨 사건의 경우 1년 전에 요청한 자료가 조사가 종결되는 날에야 위원회에 도착했다. 조사 종료 마감일 현재 의문사위원회의 결정은 총 조사대상 83건 중 취하 1건, 기각 33건, 인정 19건, 조사불능 30건 등으로 나타났다. 기각이나 조사불능으로 결론 난 사건의 상당 부분이 조사활동 기간의 부족에 기인한 것인 만큼, 이 사건들은 여전히 '의문사'로 남을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관련 유족 및 단체들은 조사 권한의 강화와 특별검사 임명권 보장, 의문사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 적용 배제, 진실을 밝히는 가해자에 대한 사면권 보장, 조사기간의 제한 철폐 등을 보장하는 의문사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의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이렇게 중간에서 덮어도 되는 것인가? 의문사특별법은 법 제정의 목적을 규정한 제1조에서 "이 법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의문의 죽임을 당한 사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함으로써 국민화합과 민주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의문사 진상규명이 법정기간 마감이라는 법의 기술적 한계 때문에 이렇듯 중도에서 마감된다면, 그리고 의문사특별법의 개정이 정치인의 무관심과 국회의 묵살로 무산된다면, 과연 그것이 '국민화합'과 '민주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일까?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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