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6월 정부의 포스코 민영화 방침이 결정되자 유상부 회장은 두 가지의 걱정이 앞섰다. 민영화 이후 외부(정부와 국회)의 정기 감사가 없어지면 방대한 포스코 조직의 투명성을 어떻게 내부 검증할 것인가, 또 구매· 판매· 재무 등 부문간 두터운 벽을 어떻게 허무느냐 하는 문제였다.유 회장은 이 둘을 해결하지 않고는 민영화의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라는 위기감에 사로잡혔다. 답을 얻기 위해 98년 8월 세계적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PwC) 등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5개월 만에 나온 해답은 '통합'과 '공개'였다. 모든 업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고, 동시에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것.
이 때부터 혁신이 시작됐다. 99년 1월부터 추진한 '프로세스 이노베이션'(PI)은 결국 10월4일로 민영화 2년을 맞는 포스코를 민영화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만들었다. 부문별로 세계에서 가장 잘 운영되고 있는 시스템을 찾아 그대로 적용한 것. 우선 모든 부서가 정보와 자료를 표준화하고, 정보통신(IT)기술을 이용해 전사원이 실시간으로 이를 공유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54억원을 들여 슈퍼컴퓨터를 도입했고, 세계적 솔루션업체 오라클의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ERP)을 채용했다.
포스코 류경렬 전무는 "과거 1주일 걸리던 월간 결산서를 하루 만에 볼 수 있게 됐다. 또 전에는 500만원짜리 물품을 구입하고도 서류상에 5,000만원으로 분식할 수 있었지만 이제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전에는 물건 하나 구매하는 데 17개의 도장을 찍어야 했으나 지금은 3∼4개로 족하다. 제품의 납기일도 30일에서 14일로 단축됐다. 그는 "민영화가 혁신의 계기가 됐고, 과감한 혁신 노력이 민영화의 성공모델로 꼽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PI 추진 이후 포스코는 올해까지 3,800억원의 비용을 절감, 투자비 이상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포스코는 영국의 세계적 금융 전문지 '유로머니'가 8월 이머징 마켓 6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배구조 평가에서 세계 2위, 국내 1위를 차지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6월 고이즈미 총리에게 올린 '일본 경제의 재생조건'이라는 보고서에서 조직개혁에 성공한 해외 기업으로 제너럴일렉트릭(GE), 도요타자동차, 포스코 3개사를 꼽았다.
해외투자자들의 평가도 이와 다르지 않다. 98년 말 38% 수준이던 외국인 지분율은 올해 60%로 높아졌다. 주가는 98년 5만원대에서 지난해 이후 10만원대를 넘어섰다. 포스코의 98년 이후 4년간 순이익 합계(5조1,400억원)는 이전 30년간 합계치보다도 많다.
그러나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무엇보다 사업다각화 등 장기적인 활로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대증권 박준영 애널리스트는 "최근 수년간 이익을 많이 낸 것은 성숙기의 업체로서 과거 투자에 따른 열매를 수확하는 것이니 당연하다"며 "장기적으로 새 성장엔진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기업의 그늘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증권 김경중 애널리스트는 "아직도 정부의 직간접 영향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있다"며 "이를 불식할 수 있는 가시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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