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소년 유골 발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29일 타살의혹이 증폭됨에 따라 수사본부를 대폭 확대하고 원점에서 전면 재수사에 나섰다.당초 조난과 탈진에 의한 자연사로 추정했던 경찰이 수사방향을 급선회한 것은 유골발굴과 현장 감식과정에서 타살가능성을 높여주는 새로운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 드러난 타살의혹 정황들
경찰과 경북대 법의학팀에 따르면 발굴된 유해 5구 가운데 4구의 두개골에서 뚜렷한 손상흔적이 나타났다. 1구는 총알이 관통한 듯한 구멍이 왼쪽 관자놀이에서 오른쪽 귀 부분으로 이어져 있었다. 다른 1구는 두개골 윗부분이 5∼6㎝ 함몰됐고 또 다른 하나는 두개골 전체가 7,8개 조각으로 부서져 있었다. 또 현장에서는 박격포 탄피 1개를 포함해 탄두와 탄피 등 60여개가 발견됐다. 유족들은 "두개골의 구멍과 함몰흔적은 타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타살 의혹을 강력히 제기했다.
이에 대해 유골감식 작업에 참여한 경북대 법의학팀(단장 곽정식 교수)은 "총알이 관통하면 총알이 뚫고 들어간 반대편 구멍이 훨씬 더 커야 하고 뼈에 금이 가는 부분도 있어야 하는데 이 같은 흔적이 없다"며 "흉기 등에 의한 외부충격 때문인지 자연물에 의해 발생한 것인지 현 상황에서는 판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흘간의 발굴작업에서 실종 당시 입고 나갔던 조호연(趙浩衍·당시 13세)군의 점퍼가 발견되지 않은 점도 시신 유기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여기에 유해 발견 현장이 1991년 당시 소나무의 크기가 4∼5m 정도에 불과할 만큼 숲이 울창하지 않은 사실도 현장 조사에서 밝혀졌다. 유족들은 또 "실종 당일 오후 6∼7시 사이에 상의가 조금 젖을 정도의 보슬비가 내렸으며, 땅에 내린 비는 금방 말라 운동화에 진흙조차 묻지 않았다"고 밝혀 저체온사 등 자연사 주장에 의혹을 제기했다.
▶사인규명에 수사력 총동원
경찰은 28일 수사본부장에 대구경찰청 조선호(趙鮮鎬) 차장을 임명하고 수사본부도 유골발견지 관할인 용산파출소에서 당초 수사를 담당했던 성서파출소로 옮겼다. 수사인력도 16명에서 실종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6명을 포함, 43명으로 늘렸다. 유광희(柳光熙) 대구경찰청장은 "타살 의혹이 없지 않은 만큼 광범위한 경찰의 모든 수사력을 동원해 사인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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