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주위에 코를 훌쩍거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독감이 유행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신호다. 국립보건원은 "지난 겨울 발견됐던 변종 '홍콩형(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올 겨울에 크게 유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11월까지 독감 예방주사를 맞을 것을 당부했다. 100여 가지의 바이러스로 발병하는 일반 감기와 달리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또 일반 감기는 주로 증상이 코에서부터 나타나지만 독감은 전신 증상이 먼저 나타나고 그 정도도 심하다. 특히 독감은 38∼40도의 고열이 3∼5일간 지속되면서 두통이 심하고 머리 앞과 눈 주위가 아프다. 마른 기침을 자주 하고 머리 뒤쪽에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심하면 뇌와 간을 손상하는 라이 증후군을 유발할 수도 있다.
▶예방 접종 왜 필요한가
일반 감기는 대개 1주일 이내 합병증 없이 자연 치유되는데 반해, 독감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유행성 독감은 증상이 심할 뿐만 아니라 합병증을 유발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것은 이런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독감 예방주사는 1년간만 유효한 '시한부'예방주사다. 독감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잘 일으켜 이전에 맞은 예방주사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해마다 겨울에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의 돌연변이 형태를 예측하면 제약회사는 이를 근거로 새로운 독감 예방주사약을 만든다.
하지만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다고 반드시 독감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예방주사는 맞는 사람의 건강상태에 따라 효과가 다른데, 대개 60∼90%의 효과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송재훈 교수는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면 일반 감기에 걸리지 않거나 가볍게 앓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면 2주 이내에 독감 바이러스에만 대항하는 항체가 생기기 시작해 4주가 되면 최고치에 달하고 5개월 가량 예방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예방주사 언제, 누가 맞나
예방접종은 11월 이전에 하는 게 좋다. 예방주사를 맞으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항체가 생기기 때문에 독감이 유행하기 전에 접종을 해두어야 한다.
독감은 11월 말 발생해 다음 해 5월까지 유행하며 1∼3월에 가장 발생 빈도가 높다. 한림대 의대 강동성심병원 소아과 이혜란 교수는 "항체가 생기는 기간과 예방효과가 지속되는 기간을 고려할 때 9월 하순에서 10월 중순사이, 늦어도 11월까지는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권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독감 예방접종을 할 필요는 없다. 독감 예방접종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은 기관지 천식, 낭종증 섬유증, 만성 폐질환, 만성 심장질환, 만성 신부전증, 만성 대사성질환, 당뇨병, 후천성 면역 결핍증(AIDS), 혈액질환 빈혈, 혈색소병증 환자 등이다.
이외에 양로원이나 요양기관에 있는 사람, 65세 이상 노인, 면역억제 요법을 받은 사람, 의료기관 종사자, 아스피린을 장기 복용하는 어린이, 기숙사 등 집단 거주자, 독감 유행지역 여행자 등도 포함된다.
반대로 절대로 독감 예방주사를 맞지 말아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과 6개월 미만 영아, 임신 초기에 있는 임신부, 열이 많은 사람, 길리안 바레 증후군(전신의 말초신경에 마비가 생기는 질병)을 앓은 사람 등은 예방접종을 피해야 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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