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9월30일 미국의 지진학자 찰스 프랜시스 리히터가 85세로 작고했다. 리히터의 생애를 모르는 사람도 그 이름은 귀에 익숙할 것이다. 지진 뉴스를 접할 때마다 리히터 진도(magnitude)라는 말이 꼭 따르기 때문이다. 기호 M으로 표기되는 리히터 진도는 지진의 규모를 나타내기 위한 척도다. 진앙(震央)에서 100km 떨어진 지점에서 특정한 성능을 지닌 지진계에 기록된 최대 진폭(震幅)을 미크론(1/1,000mm) 단위로 읽은 뒤, 그 상용로그 값을 M으로 삼는다. 예컨대 기록지에서의 최대 진폭이 1cm였다면, 1cm는 10,000미크론이고 10의 네 제곱이 10,000이므로 M은 4다. 그러므로 리히터 진도에서 1의 차이가 나는 것은 지진의 강도가 10배 차이 난다는 것을 뜻한다.리히터가 이 척도를 제안하며 리히터 지진계를 개발한 것은 35세 때인 1935년이다. 오하이오주 해밀턴 출신의 리히터는 스탠퍼드 대학과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이론물리학을 공부하고 캘리포니아 대학 지진 연구소에서 일했다.
지진은 지각 내부의 변화에 따른 판운동이나 화산활동으로 일어나는 지각의 돌발적 요동 현상이다. 지각의 일부에 변형력이 지속적으로 작용해 암석들이 쪼개질 때, 이 지점에 모인 탄성·화학·중력 에너지가 갑자기 터져나오며 생긴 지진파가 지면에 도달하면 지진이 일어난다. 민감한 지진계로만 검출되는 작은 규모의 것까지 헤아리면, 매일 지구에서 일어나는 지진은 수천 건에 이른다. 지구 위에서 지진 활동이 왕성한 곳들을 연결한 띠 모양의 지역을 지진대(地震帶)라고 부르는데, 양대(兩大) 지진대로는 환태평양 지진대와 알프스 지진대가 꼽힌다. 폭발물에 의해 인공적으로 지진이 일어나기도 한다. 최초의 지진계는 서기 200년 경 중국에서 발명되었다.
고종석/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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