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가 한반도를 할퀴고 간 뒤 수해복구에 참가한 민간 자원봉사자가 63만여명에 이른다는 발표가 있었다. 우리의 자원봉사 문화가 지난 월드컵 때 전 국민의 뜨거운 응원에서 시작돼 이번 수해복구 작업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순수한 자원봉사가 우리 삶을 살맛 나게 변화시키는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금 우리에게 진정한 자원봉사로 국민에게 생기를 불어넣어야 할 시급한 분야 중 하나가 다름 아닌 선거 현장이다. 선거법에서는 돈 적게 드는 깨끗한 선거를 정착시키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는 제한된 수의 선거사무원을 제외하고 선거운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자원봉사를 통해 선거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선거 현장에서 순수한 자원봉사는 후보자의 가족과 친지 정도 밖에 없고 정당이나 후보자 측에서는 부족한 선거운동원을 자원봉사자라는 미명하에 음성적으로 일당을 주고 있다. 바로 이러한 무늬(?)만 자원봉사인 사람들 때문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고 결국에는 선거가 혼탁해진다. 우리의 선거는 이런 악순환을 되풀이해 왔다.
이제 대통령선거일을 80여일 남겨두고 있다. 이번 대통령선거가 또다시 돈으로 청중을 동원하여 세를 과시하고, 상호비방, 흑색선전과 지연·학연·혈연을 이용한 연고중심의 선거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명선거는 제도정비와 함께 유권자의 의식이 건전해질 때 가능하다고 본다. 중앙선관리위원회에서는 후보자가 돈 없이도 자신의 정견이나 국정운영 비전 등을 국민에게 충분히 알릴 수 있도록 선거운동 비용의 대부분을 국가가 부담하는 정치개혁안을 7일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금명간 제도개선을 위해 국회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겠지만 선거개혁을 정치권에게만 맡겨 놓을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제는 국가의 주인인 유권자들이 나서야 할 때이다.
이번 수해 현장에서 보여준 순수한 자원봉사가 우리의 삶을 윤기나고 정감스럽게 만들어 준 것처럼 선거 현장에서도 민주주의를 살려야 한다는 깨끗한 마음의 자원봉사 물결이 요원의 불꽃처럼 일어나야 한다. 선거자원봉사는 생활하는 가운데 남은 자투리 시간에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자를 위하여 후보자가 제시한 정견, 정책 또는 공약을 유권자가 바로 알 수 있도록 선전하고, 자신의 집에서 유권자에게 전화를 하여 지지를 부탁하거나 선거사무소를 방문하여 선거사무를 지원하면 된다.
선거자원봉사 활동은 다양한 민주주의 그 자체이다. 다만 정당이나 후보자로부터 대가를 받거나 요구하지 않는 마음자세만 굳건히 지키면 되는 것이다. 모처럼 자발적인 참여로 일구어 낸 자원봉사문화가 이번 선거현장에도 그대로 이어져 '월드컵 4강과 자원봉사 4강'에서 이제는 '공명선거 4강, 정치 4강'으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김환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장
※이번 주부터 '선거와 유권자'를 주제로 릴레이 기고를 싣습니다. 그 동안 테마기고 '주 5일제'에 보내주신 독자의 성원에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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