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고소득층을 겨냥한 타깃마케팅 경쟁이 뜨겁다. 보증이나 담보 없이 '명함'만 보고 대출해준다는 이른바 '맞춤식 신용대출'이 대표적 예다. 사채업 양성화를 위한 대부업법 도입과 주요 시중은행의 대금업 진출 등이 겹치면서 은행권의 신용대출 선점경쟁은 갈수록 가열될 전망이다.우리은행이 3월에 출시한 신용대출상품 '싱글로 론'.
골프장 개인회원권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사람에게만 대출해주는 이색 상품이다. 회원권만 보여주면 다른 어떤 요구자료도 없이 최고 5,000만원까지 즉석에서 마이너스 대출을 해주는 게 특징. 재직증명서나 원천과세증명서를 준비해와도 웬만해선 1,000만원 한도도 받기 어려운 일반 직장인에 비해 상당히 파격적인 조건이다. 금리도 9월말 현재 마이너스 대출로는 최저 수준인 9.31%.
출시 이후 6개월 동안 대출실적은 20억원에 불과하지만 '우량 잠재고객'을 유치하는 대표적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게 은행측의 분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100% 무담보 무보증 신용대출인데도 연체율이 '제로'상태"라며 "골프장 회원권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높은 신용도를 반영하고 있는 만큼 우량고객 확보차원에서 마케팅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케팅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의사나 변호사 등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전문직 신용대출. 조흥은행이 최근 선보인 '프로비즈 론'은 감정평가사, 변호사, 변리사, 법무사, 행정서사, 공인노무사, 손해사정인, 공인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기술사, 건축사, 도선사,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 16개 업종의 종사자가 대상. 자격증만 제시하면 즉석에서 최고 1억원까지 대출해주는 파격적인 상품이다. 신한은행은 공무원, 교수, 교사 등을 대상으로 1,000만∼3,000만원을 무보증으로 빌려주는 '엘리트론'을 취급중이고, 하나은행은 변호사나 판·검사(로이어클럽) 군의관이나 레지던트, 의사(닥터클럽) 개업약사(메디론) 등으로 세분, 각각의 직종에 맞는 신용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득여부에 상관없이 대상직종이 다양해지는 추세다. 우리은행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청백리우대대출'과 중사 계급 이상의 군인을 겨냥한 '참군인 우대대출'을 출시했고 외환은행은 6개월 이상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들을 대상으로 한 '나이팅게일론'을 선보였다. 기업은행은 자영업자를 위한 'Fine창업신용대출'을 판매중이다. 1인당 최고 5,000만원까지대출이 가능하며 1년 단위로 최장 10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이밖에 서울은행은 011, 017 등 이동통신가입자를 위한 '휴대폰론'을, 국민은행은 가정주부를 위한 '우먼 프리론'을 내놓았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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