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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프랑스 정치인처럼...?

입력
2002.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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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을 담당하는 기자에게 16대 대통령 선거의 열기는 책을 통해서도 전해집니다. 최근 나온 ‘아름다운 원칙’ ‘노무현, 내 마음의 대통령’ ‘CEO 리더십’이 그런 역할을 한 책들입니다.이 가운데 ‘아름다운 원칙’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자신의 성장기와 법관 시절, 그리고 정치에 나서기까지의 과정을 적은 일대기로 15대 선거를 앞둔 1997년 4월 처음 발행됐습니다. 이번에 나온 것은 개정판입니다.

‘노무현, 내 마음의 대통령’은 언론인과 시사평론가, 그리고 노사모 회원 등이 쓴 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삶과 정치ㆍ경제 철학, 그리고 연설문 등을 그의 고등학교 후배인 이재영씨가 엮은 책입니다.

리더십경영연구소가 편저자로 돼 있는 ‘CEO 리더십’은 성적 부진과 사생활 문제로 히딩크 감독에 곤경에 처해있을 때 그를 끝까지 믿고 지지,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이룬 정몽준 후보의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들 책이 얼마나 독자의 사랑을 받을 지는 의문입니다. 시중 서점에서 판매하는 것보다는 지지자들에게 나눠주는 등 선거 홍보물로서 더 효용성이 높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출판을 홍보의 수단으로 널리 활용해온 점을 감안하면 특별히 탓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들 책을 보면서 저희 신문 4월14일자 ‘책과 세상’의 ‘해외에서’ 코너에 실린 재불번역가 조혜영씨의 기고문이 떠올랐습니다. “드골의 2차 세계대전 체험담 ‘희망 회고록’은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고대 그리스어 교수였던 퐁피두는 대통령으로 있을 때 지금도 애송되고 있는 ‘프랑스 시 선집’을 출판했으며, ‘프랑스식 민주주의’ ‘권력과 삶’ 등 수 많은 저술을 남긴 지스카르 데스탱은 임기 후 ‘통행’이라는 소설을 발표하며 창작력을 과시했다. 미테랑은 여러 정치서를 썼고 그의 문학 상식 깊이는 유명하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번에 나온 책의 주인공 가운데 한명이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이야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높여야 하는 특수 상황이어서 완성도나 깊이와는 무관한 책을 냈겠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뒤 임기 중에라도, 혹은 임기 후라도 드골이나 퐁피두, 지스카르 데스탱처럼 독자들로부터, 학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 책을 쓸 수 있을 지 궁금합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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