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출신의 소설가 현길언(62)씨가 쓴 '그때 나는 열한 살이었다'는 해방 직후 혼란기의 제주도를 배경으로 초등학생 세철이의 성장 과정을 담은 소설이다.한라산 기슭 해변 마을에 사는 부잣집 막내 아들 세철이. 해방은 어른 못지 않게 세철이에게도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혼란을 가져왔다. 일본군으로 징용 나가 전사한 삼촌을 영웅처럼 여겼던 마을 사람들이 해방 후 삼촌의 죽음을 '개죽음'이라고 폄훼하고,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하루아침에 친일파로 매도당한다.
친일파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세철이는 자기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뿔'을 갖기를 원했다. 그 뿔은 세철이가 전쟁놀이에서 토벌대장 노릇을 하면서 편을 가르는 모습으로, 때로는 할머니가 준 돌레떡으로 아이들의 환심을 사는 모습으로도 나타난다.
해방 3년 뒤 4·3사건이 일어난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 미워하고 의심하고 죽고 죽이는 일을 겪어야 했다. 세철은 어느날 공비로 잡혀온 친삼촌에게 돌팔매질을 하는 친구 명환의 모습을 보고서도 그 뿔을 발견한다. 명환 역시 사람들로부터 공비 가족이라고 괄시받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저자는 세철이뿐만 아니라 그 때의 아이들 모두가 '뿔 달린 아이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해방 정국, 4·3사건, 한국전쟁 등을 관통하는 시간적 배경 속에서 좌우의 대립이라는 암울한 역사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일제 침략기의 비극적인 역사를 어린이의 시각으로 생생하게 그려낸 작가의 전작 '전쟁놀이'의 후속편이다. 그림은 이우범 화백이 맡아 한국적 정서를 잘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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