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에 관한 현격한 입장 차이와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히틀러에 비유한 독일 장관의 발언 등으로 "2차 대전 이후 최악"이라고까지 우려되던 미국과 독일의 관계가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26일 독일 언론들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두 가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간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슈뢰더 총리가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워싱턴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과 회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11월 21∼2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 때 만나기로 예정돼 있지만 부시 대통령이 독일 총선 후 의례적인 승리 축하 전화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냉각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조기 회동을 통한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축출되면 평화유지군 성격의 독일군을 파견하겠다는 제안을 미국측에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역시 이라크전 참전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해 온 슈뢰더 총리로서는 기존의 명분을 유지하면서도 화해를 시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회담한 독일 오토 쉴리 내무장관과 미국 연방수사국(FBI) 로버트 멀러 국장도 대(對)테러전에서 양국간 협력을 강조했고 독일과 미국의 재계 지도자들도 경색된 관계는 양측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비상한 노력"을 촉구했다.
이 같은 독일의 화해 손짓에 대해 백악관도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미국은 민주주의가 도출한 결정을 존중하며 독일 국민은 슈뢰더 총리를 택했다"며 "미국과 독일의 관계는 어떠한 갈등에도 방해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부시가 언제 슈뢰더와 만날 것인가라는 질문에 "누구나 부시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하며 때가 되면 우리가 발표할 것"이라고 답해 감정의 앙금을 숨기지 않았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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