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개구리소년 유골발견/한센병村 "누명벗어 다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개구리소년 유골발견/한센병村 "누명벗어 다행"

입력
2002.09.28 00:00
0 0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누명을 벗게 된 것으로 위안을 삼고 싶습니다."경북 칠곡군 지천면 연호리 한센병환자 정착촌 주민들은 개구리소년들의 유골 발견으로 10여년동안 가슴앓이를 해온 누명을 벗게 되자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개구리소년 실종 1년여 후인 1992년 8월 연호리 주민들이 인육을 얻기 위해 개구리소년들을 살해한 뒤 암매장했다는 설이 보도된 후 경찰이 마을을 샅샅이 뒤졌던 악몽은 이들의 뇌리에 생생히 남아 있다.

당시 주민들은 "무슨 날벼락이냐"며 강력 반발했지만 검증되지 않은 여론의 몰매를 속수무책으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얼토당토 않는 주장이 마치 사실인양 받아들여졌습니다. 병에 걸린 것만으로도 원통한데 누명까지 쓴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당시 외지에 있던 일부 마을 주민의 자식들은 직장 동료 등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았고, 이를 견디다 못해 퇴사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연호리 개발위원인 강명권(姜命權·72)씨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왔다"며 "비록 본의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당시 마을에 정신적으로 피해를 준 당사자들은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그러나 대다수 주민들은 냉정을 찾아가고 있다. "지금 와서 어찌하겠습니까. 저희 누명은 벗은 만큼 어린이들의 사인이나마 빨리 규명해 원혼을 달래주었으면 합니다."

신소식(70) 이장은 "대부분 주민들이 지난 10년간 억울함을 가슴에 묻고 살아왔는데 늦게나마 명예회복이 돼 다행"이라며 "어린이들의 명복을 빌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유명상기자 msy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