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좋은 음악을 듣고 사흘 간 고기 맛을 잊었다고 한다. 음악은 왜 우리를 사로잡는가. 왜 어떤 화음은 행복하게 들리고, 어떤 화음은 껄끄럽게 느껴지고, 어떤 사람에겐 황홀한 음악이 어떤 사람에겐 왜 고문처럼 괴로울까.이 책(원제 '음악, 두뇌, 황홀경·1997)은 음악이 우리를 사로잡는 방식과 이유를 음악과 두뇌의 관계를 중심으로 고찰하고 있다. 과학저술가이자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인 저자는음악학 뿐 아니라 생물학 심리학 언어학 신경과학 등 방대한 과학 지식을 동원해 음악의 매력을 과학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음악과 과학을 아우르는 이 책이 음악학자 채현경(울산대 음대 교수), 과학자 최재천(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부부의 공동번역으로 나온 것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부부는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이 책을 골라 번역했다.
책은 소리에 대한 분석에서 출발해 음 멜로디 하모니 리듬 작곡 연주 감상 이해 황홀경으로 차츰 깊이와 넓이를 더해가며 음악 현상과 경험의 수수께끼를 풀어간다. 각종 음악용어와 더불어 이 책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전두엽 측두엽 좌뇌 우뇌 대뇌피질 등 뇌에 관한 신경과학 용어다. 음악학과 과학을 결합한 이러한 접근 방식은 음악을 폭 넓게 바라보는 창으로 유용할 뿐 아니라 흥미롭기도 하다. 귓속 달팽이관에서 대뇌 청각피질에 이르는 소리의 전달 경로와 음악을 인식하고 파악하는 두뇌작용에 대한 설명이 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과학적 분석과 함께 곁들여진 음악가와 음악사의 다양한 에피소드는 독서의 흥미를 북돋운다. 모차르트는 당구를 치면서 차례를 기다리는 잠깐 동안에도 단숨에 곡을 써내려갔다고 한다. 차이코프스키는 종종 침대에서 "이 음악 소리! 내 머리 속에 있어요. 이거 좀 꺼내주세요"라고 울부짖었다고 한다. 그러한 '영감'의 폭발은 어떤 두뇌작용의 결과일까. 그러나 책은 명작은 순식간에 떠오른 영감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오랜 훈련에 의해 두뇌에 생겨난 심상이 오선지로 옮겨져 탄생한다고 말한다. 음악 천재들은 모두 고된 훈련을 치렀으나 어느 순간부터 훈련 없이도 재능을 발휘하게 된다. 음악 천재들의 기벽과 지능지수, 실음악증과 실어증의 관계, 절대음감의 허와 실, 갖가지 음악적 취향 등에 관한 서술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19세기 전반만 해도 관객은 먹고 마시고 놀면서 연주를 들었다는 사실은 음악 또한 사회적 관습임을 깨닫게 한다.
음악학이나 심리학 두뇌과학의 발달로 음악이 왜 우리를 사로잡는지, 그 모든 수수께끼가 풀린다면? 지은이는 '그럴 경우 음악은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강력해지겠지만 그건 (음악 발전에) 치명적'이라고말한다. 더 이상 비밀은 없음, 다시 말해 새로움의 종말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