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빈(楊斌) 북한 신의주 특별행정구 장관이 27일 중국 선양(瀋陽)의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매우 파격적이고 갑작스럽다. 그런 만큼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소리도 있다. 楊 장관이 이날 밝힌 내용 중 한국과 직접 연관되는 사안은 세 가지다. 이 달 30일부터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의 무비자 특구 입경 허용, 특구 내 한국공단 설립, 내달 7일 그의 방한이다.한국인의 무비자 입경 허용은 북한이 이미 개방한 나진·선봉 지구나 금강산 개방 정책과는 판이하다. 나선 지구와 금강산은 모두 철조망 장벽을 설치해 외부의 북한 주민과 무단 접촉을 막았다. 반면 신의주 특구는 아직 철조망 장벽을 비롯한 각종 보안·경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특구 내 주민 소개 작업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30일부터 한국인의 무비자 입경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북한은 신의주 특구를 다른 개방지역과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관광객과 주민의 접촉이나 기타 안보상의 보증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신의주를 개방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북한이 신의주 특구를 홍콩 모델로 개방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구 내 한국공단 설립과 楊 장관의 방한은 한국 자본 유치가 목적이다. 신의주는 비록 특구로 지정되긴 했지만 인접한 중국에 비해 임금 수준과 인프라 설비, 내수 시장 등 각종 투자매력이 떨어진다. 그가 "세계 잉여자금이 홍콩이 아닌 신의주로 몰릴 것"이라고 말한 것은 지나친 과장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특구에 대한 중국 등 해외자본의 단기적인 투자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안은 당연히 한국 자본일 수밖에 없다. 楊 장관은 인접한 랴오닝(遼寧)성, 특히 단둥(丹東) 등에 투자하고 있거나 투자를 원하는 한국 자본 및 한국 기업의 북한 신규 투자 유치를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이 크다.
楊 회장의 이날 회견 발언은 무게로 보아 그가 24일 특구 장관에 임명된 날부터 사실상 특구 수장으로서 권한을 행사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어우야(歐亞) 그룹을 위탁관리하고 자신은 특구 관리에만 전념하겠다고 말한 것은 홍콩 행정장관의 예로 볼 때 당연한 조치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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