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정부 출범 이후 막혔던 북미 관계의 물꼬가 예상보다 빠르게 터지고 있다. 미 정부는 대북특사 파견 방침 발표 하루 만에 구체적인 방북 일정과 의제를 제시하는 등 초특급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 특사단의 잰 걸음에 화답하는 결과물이 나올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탐색의 자리라고 보고 있다. 한번의 만남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에는 의제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가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핵 사찰
북한의 과거핵 개발 투명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부시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한 전면적인 사찰을 즉각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IAEA의 사찰활동에 3∼4년이 걸리므로 경수로 핵심부품 인도 전 과거핵 사찰을 완료한다는 제네바 합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당장 사찰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은 오히려 목표 완공연도가 2003년인 경수로 2기의 건설 일정이 지연된 데 따른 전력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이 사안은 북한이 IAEA의 사찰 일정에 어느 정도 협력하는 선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사일
미국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17일 북일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미사일 발사 유예 조치 연장 수준에 만족하지 않는다.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개발과 개발의 포기와 수출 중단까지 요구하고 있다. 해결의 관건은 북한이 미사일 수출 포기에 대한 대가로 3년 간 매년 10억 달러의 보상을 요구했던 입장을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클린턴 정부 말기 이 사안에 대해 타결 직전까지 같던 전례에 비추어 일정한 보상이 주어지면 타협의 여지는 충분하다.
▶재래식 전력
클린턴 정부 때 남북간의 해결과제로 다뤄졌던 휴전선 부근의 전력 후방 배치 문제가 부시 정부 들어서는 북미 간 핵심 의제로 부각되고 있다. 북한은 이를 주한미군 철수와 연계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테러지원국 해제
북한 입장에서 테러지원국의 고깔을 벗는 것이 최우선 해결 과제이다. 최근 북한이 요도호 납치범 송환과 일본인 납치문제에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빠져 국제금융기관의 지원을 받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제 금융의 자금줄을 틀어쥔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문제의 전면적 해결 없이는 혜택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권
새롭게 추가된 인권 문제는 북한 체제 유지와 직결돼 있어 대화 진전에 큰 장애가 될 소지가 높다. 미 정부와 의회에서 최근 북한의 인권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미 대표단은 탈북자 처우 문제, 대북 식량지원의 배분과정 투명성 확보, 모니터링 강화 방안 등에 대해 북한에 강도 높은 주문을 할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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