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부모들이 억지로 영재를 만들려고 해 부모와 아이 모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한국교육개발원 조석희 영재교육연구실장) "중국에서도 영재를 선발한다고 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이를 선발기준에 맞춰옵니다. 그래서 영재판별이 어렵습니다."(중국과학원 심리연구소 쉬지 아농 교수)부산 롯데호텔에서 26, 27일 열린 국제 과학영재교육학술대회에 참가한 한·중 교육 전문가들은 영재선발에 대한 색다른 고민을 토로했다. 영재검사, 경시대회, 과학올림피아드 등이 있으면 부모들이 학원 전담반, 과외, 외국서적까지 동원해 '영재교육'을 시키는 바람에 소위 '만들어진 영재(man-made gifted)'가 양산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문제 푸는 능력은 향상되지만 진정한 영재성, 즉 자기만의 창의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교육열이 높은 유교권 국가에서 나타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또 다른 국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영재교육이 실패한 원인은 부모의 이기심 때문"이라며 "부모들은 어떤 제도건 자기 자식이 혜택에서 배제되는 순간 반대한다"고 꼬집었다. 여기엔 "내 자식이 남보다 못하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 없다"는 심리와 "영재판별은 일류대 입학과 직결된다"는 맹신이 깔려있다.
그러나 영재 전문가들은 "영재는 자신의 능력과 흥미가 맞아떨어져야 제대로 계발되고 성장한다"고 말한다. 특히 이번 학술대회에 참석한 조셉 렌줄리 미 영재교육연구소 소장은 "어렸을 때 눈부신 재능을 보인 아이라도 엉뚱한 분야로 눈을 돌리면 범재로 머물게 된다"고 우려했다.
3개월짜리 영아에게 학습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우리네 부모의 열의만 보면 "영재도 만들어진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법도 하다. 그러나 문제 푸는 능력을 계발하는 동안 정말 있을지 모를 아이의 영재성은 묻히기 십상이다. 영재를 '만드는' 부모가 영재를 '죽이는' 셈이다.
김희원 생활과학부 기자 heew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