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1년 9월27일 스위스의 문학자 앙리 프레데리크 아미엘이 태어났다. 1881년 몰(歿). 아미엘은 베를린 대학교에서 공부한 뒤 제네바 대학교에서 평생 미학과 문학을 가르쳤다. 여행을 즐겨 북쪽의 스칸디나비아에서 남쪽의 스페인 이탈리아에 이르기까지 유럽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지만, 늘 혼자하는 여행이었다. 그의 삶도 혼자였다. 아미엘은 평생 결혼하지 않았고, 가까운 친구도 없었다. 그의 대화 상대는 자신이었다. 아미엘은 자신의 내면과 주고 받은 대화를 매일 적어나갔다. 그럼으로써 그는 일기 문학의 역사상 최고·최대의 작품을 남기게 되었다.흔히 '아미엘의 일기'라고 불리는 '내면의 일기 단장(斷章)'은 아미엘이 죽은 뒤에 출간됐다. 이 일기는 분량이 자그마치 1만7,000쪽에 이른다. 잠자는 시간과 학교에서 가르치는 시간을 빼고는 거의 온 시간을 성찰과 기록에 바쳤다는 뜻이다. 아미엘의 일기는 신변잡기를 최소화하고 철저한 자기 해부로 돌진한다. 그 명상이나 성찰이 자기 영혼의 동요를 예리하게 추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일기는 글자 그대로 '내면의 일기'다. 거기에는 낭만주의자의 병적 불안이 넘실거린다. 그러나 이 일기의 작가는 또 자신을 둘러싼 인간 세상의 풍속에 대해 깊은 통찰과 예리한 비판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프랑스 모랄리스트의 계보에 닿아 있기도 하다.
아미엘의 일기 몇 구절. "우리가 작은 것들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은 커다란 것들의 원인이다. 그것들은 일반적으로 존재의 모든 미래를 결정하는 배아(胚芽)다", "영웅주의는 육신에 대한 영혼의 빛나는 승리다. 다시 말해 영웅주의는 두려움에 대한 영혼의 승리다. 가난, 고통, 비방, 병듦, 고독, 죽음의 두려움 말이다. 영웅주의는 용기의 눈부신, 명예로운 집중 상태다"
고종석/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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