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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대체 복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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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대체 복무제

입력
2002.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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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영 영장을 받은 서울대 휴학생 나동혁(羅東爀·25·대체 복무제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회원)씨가 12일 기자회견에서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대체복무를 허용할 것을 요구하면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대체복무제가 헌법이 보장한 양심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만 반대론자들은 형평성에 어긋나고 병역기피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말한다. 검찰 소환을 기다리고 있는 나동혁씨와 한국병역정책연구소 이사장 김두성(金斗星·55) 박사의 입장을 들어보았다./이민주 기자 mjlee@hk.co.kr

● 병역은 의무가 아닌 선택

"헌법에는 양심의 자유가 있다고 규정하고 실제로 양심의 자유에 따라 행동하면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다."

나동혁씨는 "유엔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만장일치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박해로부터 보호 받아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면서 "정부는 이 결의안에 서명하고도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젊은이가 예외 없이 현역복무를 해야만 형평성이 유지되느냐"고 반문했다. 복지기관에서 봉사하는 것도 국가와 민족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므로 차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대체복무제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회원들은 예비역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대체복무자의 복무기간을 늘리고 현역복무 못지않게 힘들고 어려운 분야에 종사하는 것에도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대체복무제가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없다는 것이다.

대체복무제를 허용하면 군 전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현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대치 중인 대만도 2000년부터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자에게 22∼24개월의 군복무기간만큼 공익봉사활동을 허용하는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과 북을 잇는 철도가 뚫리는 등 남북 대화시대에 접어들었으므로 냉전논리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와 인권의 관점에서 대체복무제를 생각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동혁 대체 복무제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회원

● 병역은 선택이 아닌 의무

"병역은 민주주의 시민정신의 기초이며 국가 존립을 위한 사회적 합의다." 김두성 이사장은 "우리 민족이 오늘의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젊은이들 때문"이라며 "지금 이 시간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근무중인 장병들이 없다면 대체복무 논쟁마저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와 민족의 생존권이 확고해야 인권도 보호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만이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와 대만은 사정이 다르다고 했다. 병역제도는 안보환경, 적국동향, 국민정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므로 나라마다 입장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는 "대법원도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상의 신조를 병역면제 기준으로 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상태"라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가장한 비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양산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병역제도에 의해서도 공익근무·산업기능요원 등 보충역으로 실질적인 대체복무가 가능한데 굳이 병역거부를 선언하는 이유가 뭐냐"고 반문했다. 대체복무를 주장하는 사람은 현역복무를 거부할 뿐 아니라 4∼6주간의 기초 군사훈련과 복무 후 8년간의 예비군 의무까지 면제해 달라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체 복무기간을 늘이고 현역 못지않은 힘든 분야에 근무하는 것으로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반박했다. 그는 "단순히 복무기간이나 분야의 문제가 아니라 과연 누가 생명을 담보로 하는가는 국가존립 문제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김두성 한국병역정책 연구소 이사장

■ 軍 대체복무제란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에 따라 군사훈련을 받을 수 없다는 사람에게 군복무 대신 공익봉사요원 등으로 근무케 하는 제도이다.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 가운데 독일, 이스라엘, 대만 등 40여개국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및 대체복무를 인정하고 있다. 현행법상 입영을 기피하면 징역 1년 내지 2년을 선고 받는다. 천정배 의원(민주당)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대체복무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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