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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3억8,500만弗" 한 "9억3,500만弗"/"北지원금" 누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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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3억8,500만弗" 한 "9억3,500만弗"/"北지원금" 누가 맞나

입력
2002.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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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현대상선을 통한 대북 비밀 자금지원 의혹과 관련, 정부·현대그룹과 한나라당 간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이렇다 할 결정적 증거를 대지 못하고 있어 당국의 계좌추적이나 국회의 국정조사가 없는 한 실체 규명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의혹의 핵심은 현대가 북한에 공식 지원한 3억8,500만달러(5,000억원·시설투자분 제외)와 함께 이면계약에 따라 4억달러(4,900억원)를 추가 지원했는지와 현대건설이 1억5,000만달러(1,953억원)를 지원했는지 여부. 한나라당 주장대로 하면 대북지원금은 총 9억3,500만달러, 즉 1조2,150억원으로 현대측 주장보다 두배가 넘는다.

■엄낙용 산은총재 증언 해석 논란

엄낙용(嚴洛鎔) 전 산은 총재의 국감 증언은 대북 비밀 자금지원 의혹을 뒷받침하는 유일한 근거. 엄 전 총재는 국감에서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으로부터 '4,900억원중 한푼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 돈은 정부가 갚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답변했다. 이는 산은 대출금이 현대상선 유동성 개선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됐음을 시사하는 증언. 그는 또 "김 전 사장을 만난 직후 국정원장에게 면담을 신청했고, 이기호 당시 경제수석으로부터도 '알았다. 걱정말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엄 전 총재가 업무상 연관 관계도 없는 국정원장에게 면담을 신청한 사실 등은 의문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 증언만으로 대출금이 대북 지원에 전용됐다고 단정하기는 무리. 청와대 관계자는 "이 수석이 '걱정마라'고 한 것은 현대가 못갚겠다고 하니까 '걱정마라. 그런 일이 있겠느냐'는 의미에서 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일부에서는 아무리 회계조작을 하더라도 4억달러나 되는 기업자금을 일시에 빼돌리는 것이 가능하겠냐고 의문을 표시하며 대출금 중 일부만이 전달됐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부도위기속 현대아산 출자 논란

2000년 5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던 현대상선이 4,900억원 대출직전 현대아산에 560억원을 증자형식으로 지원한 것도 의혹이다. 당시 현대상선은 제2금융권으로부터 일시에 4,000여억원의 대출 회수를 당하며 자금압박을 받았다. 그런데도 현대아산에 560억원을 증자를 했다는 것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사전에 대출약속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측은 "당시 현대아산에 증자를 한 것은 현대아산의 대북 사업지원을 위해 불가피했던 것"이라며 "이후 4,900억원 대출은 기업어음(CP) 상환(1,740억원), 선박 용선(1,500억원) 등 운영자금 용도로 사용됐다"고 해명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당시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을 제쳐두고 현대상선에 대한 여신이 2,600억원에 불과한 산업은행이 한꺼번에 4,900억원을 지원한 것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현대상선 대출금 상환 해석도 분분

대출금을 못갚겠다는 김충식 전사장의 말과 달리 현대상선이 대출금을 일부 상환했다는 대목에 대해서도 해석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박병석(朴炳錫·민주당) 의원은 "한나라당 주장대로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4,900억원을 현대를 통해 북에 전달했다면, 현대는 당연히 갚을 필요가 없는데도 왜 갚았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현대상선이 1,700억원을 상환했다고 하지만, 현대상선이 금융권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이 2조원이 넘기 때문에 다른 대출금으로 이 돈을 상환하고, 별도의 대출관련 특혜지원을 받았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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