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는 '생로병사'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왕위를 버리고 해탈의 길을 택했다. 그러나 그는 깨달음을 얻었을 뿐 생물체로서의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불로장생'을 꿈꾸어왔다. 옛 중국인들 중에는 영원히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신선(神仙)이 되고자 한 사람도 있다. 특히 도교를 중심으로 한 신선술에는 양생 비법이나 단약(丹藥)을 만드는 방법들이 전해지고 있다.고대 중국을 통일하고 황제 제도를 확립한 진(秦)의 시황제는 불로장생을 위해서도 온갖 노력을 다했다. 그의 주변에는 영험하다는 약을 바치거나, 구해 오겠다는 방사(方士)들이 끊임없이 찾아 들었다. 봉래산(蓬萊山)에 있다는 영약(靈藥)을 구하기 위해 3,000명의 동자를 보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러나 그들 중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 세상 어느 곳에도 그러한 약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시황이 감행했던 분서갱유(焚書坑儒)는 흔히 정치적으로 법가적 통치를 반대했던 유학자들을 탄압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또 다른 이유는 불로초를 구해온다며 자신을 속이고 도망친 방사들을 혼내주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이 영원하기를 원하듯, 통일제국이 영구히 존속하도록 온갖 노력을 다했다. 그러나 그의 집념은 이뤄지지 못했다. 기원전 210년, 그가 불과 50세의 나이로 사망한지 얼마 못되어 제국도 막을 내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가 창안했던 황제 제도만은 시대에 따른 변화는 있었지만 1912년 청의 마지막 황제가 물러날 때까지, 2,000 여년 동안 중국 정치 제도의 근간이 되었다.
진시황 뿐 아니라 한나라 때 중앙집권적 통치를 완성한 한무제는 신선술에 심취했다 한다. 그 역시 당시로서는 적지않은 70년을 살았지만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신선술에서 만드는 단약은 지금 같으면 식품에 조금만 함유되어 있어도 치명적일 수 있는 비소, 납, 수은 등 중금속이 주성분이다.
중국에서 최고 권력을 구가했던 황제들이 몸에 좋다는 각종 진귀한 음식과 효과가 확실하다는 온갖 보약을 먹었음이 분명할텐데 장수를 누린 사람은 많지 않다. 물론 황제로서 과중한 스트레스나 황음(荒淫)도 원인이었고 정치적인 이유에서 제 명(命)을 다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아무리 건강관리를 잘한다 해도 사고로 죽는 것이 사인(死因) 중 으뜸일진대 '인명은 재천'이란 말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도 요즈음에는 각종 건강식품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여 한 해 수조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건강에 좋다는 식품이나 약의 품목도 다양하고 흡사 유행처럼 그 형태도 수없이 바뀐다. '비타민C'만 먹으면 모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발표가 나오면 품귀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복용한다. 그러나 그 효과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면 그 열기는 금방 수그러든다.
동남아 관광을 하면서 엽기적인 보신용 약재를 복용하는 풍조가 지탄의 대상이 된지도 오래다. 아무리 몸에 좋다 해도 살아있는 동물을 우리에 가두어 놓고 마취해 쓸개즙까지 뽑아 마시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 중국에서 수억원대의 보신용 녹용과 살아있는 뱀을 밀수입한 사건도 보도됐다. 그만큼 수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이 효험을 보았다는 '가시오가피'가 크게 인기를 얻더니 수억원대에 이르는 유사품이 나와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방에서도 식보(食補)가 제일이라고 한다. 가장 무서운 암(癌)도 음식보다 스트레스가 더욱 큰 원인이라고 보고되고 있다. 세계적인 장수마을 사람들이 말하는 가장 중요한 비결은 욕심을 적게 갖고, 즐겁게 살며, 적당히 골고루 먹는 것이라는 것이 정설인 듯하다. 먹는 것보다 마음의 먹거리를 제대로 갖추어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이 아닐까?
박지훈 경기대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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