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가 없어요. 언젠가는 꼭 돌아올 것만 같아서 밤마다 문을 열어놓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사라진 지 벌써 11년6개월. 와룡산에서 유골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은 개구리소년의 부모들은 현장으로 달려와 신발과 옷가지들을 일일이 확인하고는 피맺힌 오열을 터트렸다.▶"우리아이 옷 같다…" 눈물 바다
와룡산 현장에서는 바위 밑 한평 남짓한 좁은 땅에 가늘고 여린 유골들이 한데 뒤엉킨 모습으로 발견됐다. 폭우에 휩쓸린 듯 이들의 옷가지 10여점과 신발 5켤레는 주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처남으로부터 소식을 듣고 맨 먼저 달려온 김영규(金榮奎·당시 12)군의 아버지 김현도(58·경북 달성군 옥포면)씨는 '상인'이라는 마크가 찍힌 푸른색 체육복 상의를 찾아 들고는 "집 나가기 전날 우리 영규에게 사준 옷이 분명한 것 같다"며 땅 위에 털썩 주저 앉았다.
조호연(趙浩衍·당시13)군의 어머니 김순녀(46)씨는 유골 하나에서 호연이가 했던 것과 같은 치아보철 흔적을 발견하곤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되뇌이다 끝내 통곡을 터뜨렸다.
그러나 일부 부모들은 "그럴 리 없다. 우리 아이 옷과는 다른 것 같다"며 한가닥 희망을 차마 버리지 못해 보는 이들은 안타깝게 했다.
▶아들 잃은 한 속에 숨진 아버지도
개구리소년 부모들의 지난 시간은 그야말로 한과 눈물의 세월이었다. 부모들은 생업을 포기한 채 자식을 찾기 위해 전국을 헤매 다녔고, 이 과정에서 여러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특히 김종식(金鍾植·당시10)군의 아버지 김철규씨는 1톤 트럭에 아이의 사진을 붙이고 수년 동안 전국을 돌아 다니다 간암마저 얻었다. 김씨는 결국 7개월여 간의 투병끝에 지난해 10월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에 품은 채 49세로 세상을 떴다. 김씨가 숨진 뒤 어머니 허모(44)씨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집을 나가 이날은 삼촌이 현장을 찾았다.
최근에는 박찬인(朴贊印·당시11)군의 아버지 박건서(48·달성군 화원읍)씨가 슬픔을 못 이겨 만취한 상태에서 경찰을 폭행해 수감생활을 하는 안타까운 일까지 벌어졌다.
▶교사, 친구들도 "믿을 수 없다"
개구리소년들로 보이는 유골발굴 소식이 전해지자 이들이 다녔던 성서초등학교 교사들과 친구들도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근무했던 교사들은 대부분 전근을 갔지만 학교측은 아이들의 생존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들이 돌아오면 복학할 수 있도록 정원을 따로 편성해놓고 있던 터였다. 이 학교 이영숙(48·여)교사는 "그 아이들이 어떻게든 살아 돌아오기를 그토록 간절히 바랐는데, 유골로 발견되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피살뒤 암매장 가능성 높다"
와룡산 유골들이 개구리소년들이 맞다면 이들은 어떻게 숨졌을까. 경찰은 일단 이들이 산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동사(凍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종 당일 대구 날씨는 최저기온이 영상 3.3도였으며 오후 6시20분께부터 비와 함께 바람이 제법 불었다. 더욱이 산 속의 기온은 더 낮은데다 아이들의 탈진상태를 감안하면 설득력이 있다. 지쳐 서로 껴안고 웅크린 채 있다가 체온이 떨어지면서 정신과 기력을 잃었으리라는 추정이다. 이후 오랜 기간 빗물에 흘러내린 토사에 매몰됐다가 최근 폭우에 흙이 쓸려 내려가면서 유골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숨진 곳이 집으로 못 돌아올 만큼 멀지 않은데다 등산로 근처도 아니며 여러 차례 수색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실제로 신고자 오무근(吳鵡根·60·달서구·사진)씨는 "유골 위에 큰 돌이 올려져 있고 20∼30㎝ 흙까지 덮여 있어 누군가 시신들을 교묘하게 은닉한 것처럼 보였다"며 소년들이 피살 뒤 암매장됐을 것으로 단정지었다. 과거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경찰도 "집단 가출로 몰았던 초동수사에 대한 비난과 향후 수사부담 때문에 타살 가능성을 애써 외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타살일 경우에는 우발 범행, 가족들 중 누군가와의 원한관계, 정신병자에 의한 소행 등 여러 측면에 대한 다각적인 수사가 필요하다.
소년들의 사망원인은 일차적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유골감식을 통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대구=유명상기자 msyu@hk.co.kr
전준호기자 jh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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