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파게티를 먹으러 이탈리아 식당에 가서 '파스타주세요'라고 하면 촌사람 취급받기 딱 알맞다. 쫄깃한 면발에 소스의 풍미 때문에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스파게티는 사실 300가지가 넘는 파스타의 한 종류일 뿐이다. 또 이제 라면 만큼이나 흔하게 먹는 스파게티지만 영양학적 가치나 종류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스파게티 전문 체인점 '뽀모도로' 사장 박충준(43)씨가 18년 동안 스파게티를 만들어온 경험을 정리, 최근 '스파게티가 있는 풍경'이라는 책으로 펴냈다. 박씨는 자타가 인정하는 '스파게티의 달인'. 신라호텔 조리책임 과장을 지내다 5년 전 독립해 '뽀모도로'를 연 것도 스파게티의 맛과 영양을 대중화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로부터 스파게티의 알파와 오메가를 들어봤다.
▶운동선수들이 스파게티를 좋아하는 이유
월드컵 4강신화를 일궈낸 히딩크 전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스파게티라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스파게티 예찬론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저지방 고탄수화물 음식인 스파게티는 빠른 시간에 에너지를 내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힘'이라고 불린다. 특히 토마토 올리브유 마늘 등이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스파게티는 운동선수 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좋은 음식이다.
이중 토마토는 혈관을 튼튼히 해 심근경색을 예방해주며 노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줄여줘 이탈리아에서는 스파게티에 들어가는 토마토를 '황금사과'라고 부른다. 혈압을 내려주기 때문에 혈압이 높은 사람에게도 좋고 녹내장 예방과 강장작용 등의 효과도 입증됐다.
스파게티는 비교적 값이 싸고 빨리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직장인들이 즐겨찾는 메뉴다. 또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 좋아해 가족외식으로도 적합하다. 식당운영자 입장에선 가격에 비해 재료비용이 적게든다는 매력이 있다. 요즘 스파게티전문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이유다.
▶스파게티와 파스타
파스타는 이탈리아 밀가루 음식의 총칭이다. 피자나 라자냐도 파스타의 일종이다. 파스타의 종류는 300가지가 넘기 때문에 그냥 '파스타를 달라'고 해서는 안 된다. 만드는 방법이나 밀가루 배합, 면의 모양에 따라 이름이 다 다르다.
파스타는 우선 길이에 따라 롱파스타, 숏파스타로 나뉜다. 스파게티와 같이 롱파스타는 포크에 돌돌 감거나 입안으로 쏙 빨려 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스푼으로 떠먹는 숏파스타 종류로는 곱창처럼 속이 빈 깔대 모양의 펜네, 이탈리아만두인 라비올리, 보타이모양의 파팔레, 꽈배기 모양의 후질리 등 10여가지가 있다. '알란테'는국수를 반 정도 삶은 것을 말한다. 오독오독 씹히며 이빨에 들러붙는 느낌에 처음 먹는 사람들은 요리가 덜 된 것으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꼭꼭 씹어 먹기 때문에 소화가 더 잘 된다.
▶살찌지 않으면서 스파게티를 즐기는 방법은
스파게티를 많이 먹어 살이 찐다면 소스때문이다. 다이어트중이라면 소스가 없거나 맑은 소스, 와인소스 종류를 시키면 좋다. 봉골레스파게티가 맛있으면서 살찌지 않는 종류이다. 고열량의 크림소스는 아예 피하는 것이 좋다.
한번 맛들이면 유혹을 물리치기 어려울 만큼 맛있지만, 그만큼 만들기도 어렵다. 처음 찾아 간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를 주문할 경우, 토마토소스 종류를 시키는 것이 안전하다. 주방장의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크림소스는 접시를 다 비우기가 힘들다.
▶집에서 스파게티를 맛있게 만들려면
면을 잘 삶는 것이 중요하다. 스파게티가 널리 보급되면서 라면처럼 면 겉봉에 조리시간이 적혀 있지만 이것도 제맛을 낼 수 있는 근사치일 뿐 가장 훌륭한 맛을 내는 조리시간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는 10분 정도 삶으면 적당하다. 스파게티는 삶아서 물에 헹구지 말고 바로 소스에 넣어야 한다. 소스가 면에 얼마나 잘 스며드느냐가 맛의 관건이다. 중 불에서 시작해 센 불에서 내려야 한다. 면을 미리 삶아두려면 80% 정도 익힌 면에 올리브유를 발라 1인분씩 랩에 싸서 보관한다. 먹기 직전에 뜨거운 물에 데치면 된다.
/김동선기자 wee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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