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지수 50선이 붕괴된 9월 마지막 주, 15개 기업이 새로 코스닥에 등록하겠다며 등록심사청구서를 냈다. 증시 침체에도 아랑곳 않고 코스닥에 발을 들여놓겠다는 기업은 줄을 잇고, 코스닥위원회는 등록요건에만 맞으면 매달 10여개씩 코스닥 '메뉴'에 올려놓는다. 기업과 대주주 입장에서는 일단 등록심사가 통과돼 공모주 청약을 받게 되면 거액의 자금을 손쉽게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살 사람은 없는데 매물만 나와
코스닥증권시장이 투자자들은 떠나고 부실기업과 주식물량만 넘쳐나는 황폐화된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등록기업과 주식수만 늘어나고 주식을 살 투자자는 없는 '무주공산'으로 변하면서 코스닥위원회가 시장 기능 정상화 대책 없이 물량만 쏟아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코스닥시장이 침체된 올 한해만도 코스닥에 발을 들여놓겠다고 신청한 기업 수는 260개나 되고 이중 87개사가 심사를 통과해 새로 등록했다. 코스닥 전체 등록기업수도 현재 832개사(뮤츄얼펀드 14개 포함)나 돼 거래소(679개사)보다 153개나 많다. 유통 주식수도 급증해 1999년 40억주이던 것이 26일에는 99억8,300주를 넘어 조만간 100억주를 돌파할 전망이다. 여기에다 대주주 보호예수 해제 물량과 코스닥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남발한 유·무상 증자 및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 사채의 주식전환 물량이 매달 시장에 쏟아진다. 주식을 살 사람은 모두 떠나고 100억주나 되는 주권이 허공에 떠있는 셈이다.
▶심각한 수급불균형
코스닥 기업과 유통주식수가 늘어나는 동안 코스닥 지수는 연초보다 32% 폭락했다. 증권사들은 코스닥 분석팀을 잇따라 폐지했고, 애널리스트들이 정기적으로 분석하는 코스닥기업은 열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코스닥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기관들은 코스닥 현물 시장 대신 공모주 청약에만 참여해 싼값에 주식을 받아서는 등록 직후 대거 내다팔아 신규등록 종목의 하한가 행진을 초래하고 있다. 올들어 4월까지 순매수하다 7월부터 71억원을 순수하게 팔아치운 외국인들은 최근 우량기업 주식조차 내던지며 코스닥을 떠나고 있고 개인투자자들은 "회사 이름조차 구별하기 힘들고 듣도 보도 못한 기업이 태반"이라고 입을 모은다.
코스닥위원회의 대응은 여전히 안일하다. 이철재 등록심사부장은 "등록 기업이 많지만 시가총액면에서 거래소에 턱없이 적다"며 "코스닥의 기능이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자금 조달 기회를 주는 '하이 리스크(고위험), 하이 리턴(고수익)시장인 만큼 투자할 사람만 투자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화증권 민상일 연구원은 "신규등록 기업은 꾸준히 증가한 반면 주식을 사들일 수요기반 확충은 이뤄지지 않아 심각한 수급 불균형이 고착화됐다"며 "진·출입을 자율화해 시장투명성을 높이고 인수합병 활성화를 통해 수급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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