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주가 급락으로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투신권 펀드매니저들은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데다 주가가 급격히 떨어지는 바람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지만 일부 시장 비관론자들은 로스컷(손절매) 시기만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26일 증시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잠깐 반등을 노려 주식편입비율을 줄이려는 투신권의 손절매 물량으로 미국시장 급등에 따른 상승폭마저 까먹는 양상이었다.
한 대형 투신사 팀장은 "최근 많이 빠진 펀드는 30% 이상의 손실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매니저들도 손절매 하기엔 손실 부담이 너무 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으며, 손실폭이 크더라도 반등을 이용해 손절매 하려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추락한 주식형 펀드
연중 최저치로 빠진 주가 때문에 투신사의 주식형 펀드수익률도 추락했다. 펀드 수익률 평가회사인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25일 기준 순수주식형펀드(최저 주식편입비 60% 이상)의 최근 6개월간 수익률은 마이너스 20% 가까이 된다. 수익률이 좋은 상위 10개사의 평균 수익률마저 마이너스 18.58%나 된다.
자산배분형 주식형 펀드(최고 주식편입비 70% 이상)의 경우도 상위 10개사의 수익률이 마이너스 18.80%다. 주식형 펀드가 전혀 힘을 쓰고 있지 못한 것.
이 같은 주식형 펀드의 추락은 주가 하락에 따른 당연한 결과지만 대부분 투신사들이 80% 이상의 높은 주식 편입 비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한 영향.
펀드 평가회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수가 3.51% 급락한 23일 주식성장형 부문의 평균 주식편입비율은 82.37%로 4월 중순 지수가 연중 최고치인 940선을 기록했을 때의 83.61%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면초가 펀드 매니저들
굿모닝투신 조민건 주식운용팀장은 "주식 보유 비중이 높은 상태에서 주가가 급락해 펀드매니저들은 손절매를 할 수도 안할 수도 없는 곤혹스러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시장이 이렇게 빠질 줄 알았다면 사실 700선 언저리에서 손절매를 했어야 하는데 시기를 한 번 놓친 꼴"이라며 "그러나 일부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는 매니저들은 반등을 이용해 손절매를 하려고도 한다"고 전했다.
주식편입비율이 높은 데다 투신권으로 들어오는 자금이 없는 것도 설상가상. 투신협회에 따르면 24일 기준으로 순수주식형펀드의 설정액은 9조3,840억원으로 지난주 말(19일) 9조3,720억원과 차이가 없고 주식혼합형 설정액도 14조3,530억원으로 전주말(14조3,780억원)보다 줄었다.
삼성투신 양성호 주식운용본부장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주가가 급락하고 자금마저 움직임이 없어 투신권은 교체매매 정도의 매매만 있을 뿐 사실상 매매를 유보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기관 손절매 물량 상승장 발목
26일 증시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의 손절매 물량이 쏟아지면서 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이날 거래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15포인트 가량 상승 출발해 오전 한 때 670선을 훌쩍 넘겼으나 기관의 매도세가 가중되면서 상승폭을 대부분 까먹었다. 결국 전날 미국 뉴욕증시 급등 영향에도 불구하고, 4.45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04억원, 1,391억원어치 순매수한데 반해 기관은 이날 1,370억원어치나 순매도 했다. 특히 기관의 대표격인 투신이 501억원, 은행과 보험도 각각 259억원, 209억원어치를 각각 순수하게 팔아치웠다. 이는 이날 하루 반짝 반등을 노린 기관들이 로스컷 물량을 쏟아냈기 때문.
전문가들은 전날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660선이 깨지자 손절매 기회를 노린 기관들이 주가가 반등한 걸 이용, 물량을 대거 내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투자자들의 환매 압력이 우려되는데다 향후 장세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일부 기관들이 손실폭이 큰 상황에서도 로스컷을 통해 주식 비중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신권 관계자는 "기관의 이날 손절매는 지수 800선대에서 매수했던 물량으로 추정된다"며 "630선대까지 밀릴 경우 로스컷 물량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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