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시중은행이 중앙은행(한국은행)으로부터 빌려가는 총액대출한도를 현재 11조6,000억원에서 4·4분기에는 9조6,000억원으로 2조원 줄이기로 결정했다. 한은은 "총액대출한도 축소로 인한 유동성 환수 효과는 미미하지만 중앙은행이 유동성 과잉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시장 시그널을 주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은은 미국의 9·11 테러사태 직후 국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증액한 총액대출한도 2조원을 1년 만에 다시 축소했다.■유동성 흡수 효과는 미미
우선 총액한도대출을 축소하면 시중 자금이 줄어 금리가 바로 오르게 된다. 이 경우 한은은 콜금리 목표수준(연 4.25%)을 맞추기 위해 통화안정증권 상환 등을 통해 같은 액수만큼 시중에 자금을 공급해준다.
이렇게 시중 자금 총량은 줄지 않지만 시중 은행들은 금리(연 2.5%)가 싼 총액한도대출이 줄어드는 만큼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 대출금리를 인상하게 되고, 이는 시중 통화량 팽창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2조원 축소는 대출금리가 최고 0.07%포인트 상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중기 대출실적과 연동되는 총액한도대출을 줄인다고 해서 은행 대출금리가 크게 올라가기는 힘들기 때문에 유동성 환수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 신호탄인가
한은이 항상 "현행 콜금리 목표제 하에 유동성을 줄이는 방법은 금리인상 밖에 없다"고 강조해왔듯이 이번 '통화 긴축' 시그널이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다음달 금리를 인상하는 방법 밖엔 없다. 따라서 시장에선 이번 총액대출한도 축소가 본격적으로 돈줄을 죄기 위한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은 박재환 정책기획국장은 "이번 조치가 금리인상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고 밝혀 한은이 10월에도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미리 '면피성 대책'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날 채권시장에서도 한은 발표 직후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로 채권금리가 다소 올랐다가 곧바로 내려 10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별 무게를 두지않는 분위기였다. 한은 관계자는 "아직 금리인상 여부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며 "현재로선 인상과 동결 가능성이 50대50인 상태"라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 총액한도대출
은행이 한은에서 차입할 수 있는 대출한도를 미리 정하고 중소기업 대출실적 등에 따라 은행별 대출규모를 배정하는 제도이다.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낮은 금리로 대출할 수 있도록 2.5%의 저리로 지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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