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거치면서 새롭게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 중의 하나가 경영학 석사(MBA) 학위다. 국제적 안목을 갖춘 인재 확보에 나선 기업들은 우선 MBA를 그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봉급 생활자들은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자신의 몸 값을 높이는 수단으로 MBA를 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MBA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인기가 치솟아 뒤늦게 직장을 그만두고 유학을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MBA하면 미국 대학의 비즈니스 스쿨이 떠오르고, 그 원조로는 1881년 펜실베이니아 대학에 개설된 와튼스쿨이 꼽힌다. 필라델피아의 제철업자 조셉 와튼이 10만달러를 기부해 생겼다. 와튼스쿨은 3년제로 출발해 일약 성공을 거둠에 따라 4년제 대학이 되었다. 이 같은 성공을 보고 다른 대학들도 다투어 뒤를 따랐다. 비즈니스 스쿨의 대명사격인 하버드 대학 경영대학원은 1908년 설립됐다. 현재 미국에서는 연간 11만명이 넘는 MBA가 배출되고, 미국 언론은 매년 비즈니스 스쿨의 순위를 매겨 발표하고 있다.
■ 그런데 MBA를 따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미 스탠포드 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들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MBA 학위가 급여와 경력 등에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2년간 10만달러 이상을 투자해 MBA를 취득한다면 결국 경력 치장용으로 끝날지 모른다고 이 주간지는 지적했다. 취임 후 18개월 동안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최대 주가 하락을 경험한 조지 W.부시 대통령은 최초의 MBA 출신 대통령이다.
■ 이에 미 경영대학원 대표들로 구성된 경영대학원 입학위원회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학위가 급여 차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MBA 출신의 실력을 평가하기 위해 '공인 MBA 자격 시험' 을 실시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은 얼마 전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 모든 신입사원에게 입사 3∼4년 뒤 국내외 MBA 과정에 진학할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MBA 가치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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