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불안에 더해 이라크 전운이 고조되면서 증시 급락과 유가 상승이 맞물리는 등 세계 경제가 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당장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회복에도 암운이 드리워졌으며, 견조한 성장을 자신했던 우리 경제에도 대외변수의 악영향이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세계 경제회복 둔화 우려 고조
전세계를 뒤덮은 막연한 불안감이 증시 침체를 야기하고, 실물경제 성장의 견인차인 소비 및 기업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은 25일 하반기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세계 경기회복의 지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세계경제의 성장은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저조할 것"이라며 각국의 성장률 전망을 대부분 하향조정했다.
IMF는 특히 미국 경제에 대해 "3월말부터 회계부정 등으로 주가가 급속히 하락하고 2분기부터 성장이 현저히 둔화했다. 주가하락은 2003년까지 수요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추가 금리인하의 필요성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실제로 미국의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수인 컨퍼런스보드의 9월 소비자신뢰지수는 4개월 연속 하락해 최근 10개월래 최저 수준(93.3)으로 떨어졌다. 8월중 경기선행지수도 전월대비 0.2% 하락해 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유가 급등 땐 국내 경제도 타격
IMF가 세계 주요국 중 유일하게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을 상향조정할 정도로 국내 실물경제는 아직 견조한 편이다. 그러나 전반적 경제불안심리에 국제유가 불안까지 겹칠 경우 기업투자·수출·물가 등 거시경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유가의 향방이 관건이다.
국제유가는 23일에 이어 24일에도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한때 19개월만의 최고치인 31달러 선까지 올랐으며, 국내 경제에 직접 영향을 주는 두바이유도 전날보다 0.66달러 오른 27.64달러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라크전 발발 시 WTI가 4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유가와 연동된 국제 물가 및 교역에 엄청난 파동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대외변수의 불안이 증폭되자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미·이라크 긴장 등 우리 경제에 불안요인이 많다"며 그동안의 금리인상 불가피론에서 한 발 물러섰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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