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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지구촌 새 중심 아시아 용틀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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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지구촌 새 중심 아시아 용틀임이 시작된다

입력
2002.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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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세계의 시선이 아시아로 쏠리고 있다. 36억 인구가 벌이는 스포츠 축제에 대한 관심 때문만은 아니다. 20세기 세계 경제를 이끈 미국과 일본의 투톱 체제가 휘청거리는 사이 1990년대 후반 금융위기까지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도약하고 있는 아시아에 대한 놀라움과 두려움이 더 크다.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오랜 빈곤과 피폐함의 역사를 뒤로 하고 있는 아시아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부산AG 앞두고 세계의 이목 집중

값싼 노동력으로 '세계의 하청 공장'에 머물렀던 아시아는 이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을 통해 역외 협력을 강화하면서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박차를 가하고 있는 아시아 경제 블록화가 완성되면 아시아는 세계 경제의 슈퍼 파워로 올라서게 된다는 전망도 있다.

▶세계 6위 경제 대국 중국

1978년 개혁개방 조치 이후 20여년째 계속되는 연평균 9% 가까운 성장률과 무한한 잠재력은 '중국 포비아'(중국 공포증)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2001년 국내총생산(GDP) 1조1,600억 달러로 세계 6위의 경제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2010년까지 GDP 2조2,000억 달러로 1위를 차지한다는 계획이다.

작년 11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 유치는 발전의 촉매가 됐다. 지난 해 468억 달러의 외국인 직접 투자(FDI)가 몰려든 데 이어 올 상반기 FDI 총액이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나 증가하는 등 세계 자본을 점차 빠른 속도로 빨아들이고 있다.

▶IT 대국 인도

'임금은 베트남, 기술력은 미국 수준'. 인도를 뿌리째 변화시키고 있는 인도 정보기술(IT)산업의 경쟁력을 단적으로 드러낸 말이다.

소프트웨어 세계 시장 점유율은 30%에 이르고 해마다 IT산업 성장률이 100%를 기록하는 등 인도는 부동의 IT 강국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불어닥친 세계 IT 산업 침체 바람 속에서도 인포시스 등 인도 업체들은 50%를 웃도는 순익 성장을 기록했다.

IT 분야 전문인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52만 명이나 되고 정부가 설치한 소프트웨어 기술단지에 900여 개 업체가 밀집해 미국을 제외하고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높은 교육열과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이 인도 IT의 바탕이다.

스탠리 피셔 전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 등 석학들은 인도가 IT를 바탕으로 수 년 내에 7대 경제 대국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재도약 준비하는 동남아

90년대 말 외환위기와 지난해 사상 최악의 경기 침체로 비틀대던 동남아국가연합(ASEAN)은 재도약을 위한 체질 개선에 여념이 없다.

제조업과 무역이 주도하는 성장의 한계를 실감한 동남아가 선택한 방안은 경제 블록화이다. 역내 경제 통합을 서두르는 것은 물론, 한국, 중국, 일본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는 등 주변 아시아 경제권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노력은 이미 성과를 맺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7월 올해 ASEAN 성장 전망치를 4월보다 0.3% 높아진 3.8%로 잡았다. 싱가포르는 올 들어 외국인 직접투자가 4년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고, 작년 마이너스 6.6%까지 떨어졌던 성장률이 올 2·4분기 3.9%로 힘차게 반등했다.

ADB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제로 성장에서 올해는 4.1%, 필리핀은 지난해 3.2%보다 높은 3.8%의 성장이 예상된다.

▶석유로 기지개 켜는 중앙아시아

9·11 테러 이후 석유와 천연가스는 만성 빈곤 지역인 중앙아시아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올 초 중앙아시아의 자원 매장량이 중동의 2∼3배에 이른다는 예상치가 나오기도 했다.

원유 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대(對) 테러전을 앞세우며 군사원조를 제공하는 미국은 물론, 수 억∼수십 억 달러의 경제 원조를 내건 다국적 석유자본들이 에너지 패권 다툼을 벌이는 사이 중앙아시아는 제2의 사우디 아라비아를 꿈꾸고 있다.

카자흐스탄이 미국과 90억 달러 규모의 유전 개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5위인 투르크메니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은 다국적 자본을 끌어들여 1,500여㎞짜리 천연가스 공급관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총성 잦아든 곳에 화합의 합창

분쟁으로 얼룩진 아시아가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1990년대 초 냉전의 기운이 가시지 않았을 때까지만 해도 아시아에는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다자간협력기구도 전무하다시피했다. 슈퍼 파워가 나서지 않는 한 분쟁 조정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냉전 종식 후 아시아 각국은 소련이 사라진 틈을 비집고, 다자협력을 추진하면서 안정의 기반을 마련했다. 탈냉전 10년이 지난 현재 발전과 다자간 협력을 막아 왔던 아시아의 문화·인종·종교적 다양성은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치지 않는 총성

현재 아시아 지역 10여 곳에서 분쟁과 내전이 진행되고 있거나, 잠복 중이다. 남한과 북한의 대치 등은 대표적인 민족 내부 분쟁이며, 카슈미르 분쟁, 티베트 독립운동 등은 민족·종교간 분쟁이다. 난사(南沙)군도 분쟁은 중국, 베트남, 대만, 말레이시아 등이 다투는 영토분쟁이다.

대(對) 테러전 차원에서 전쟁이 진행된 아프가니스탄과 인도와 파키스탄이 대립하는 카슈미르 지역에서도 분쟁의 불길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반정부 활동이 새로운 불씨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분쟁이 종식되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리랑카 내전의 경우 최근 태국 사하티프에서 진행된 정부와 타밀 반군간 평화협상이 원만히 마무리됐다. 특히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과 이달 17일 북·일 정상회담으로 동북아의 '북한 변수'의 위험성도 크게 낮아졌다.

▶새로운 협력의 물결

90년대 이후 등장한 아시아 내 다자간 안보·경제 협력기구들은 분쟁을 억제하면서 경제적 통합도 촉진하고 있다.

동남아와 동북아를 아우르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아시아의 핵심 기구로 자리잡았다.

특히 주목할 것은 국가간 경제적 통합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점이다. 한국과 일본이 올해부터 정부 차원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논의를 시작했고, 한·중·일 3국의 민간기구들은 2000년부터 FTA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동북아와 동남아를 포괄하는 자유무역지대가 탄생하는 것도 먼 미래의 일이 아닐지 모른다.

사우디 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걸프협력이사회(GCC) 소속 6개 왕정 국가들은 2005년까지 역내 무관세화를 목표로 협상을 진행 중이며, 중앙아시아협력기구(CICA)와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인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경제협력을 통한 성장을 모색 중이다.

아시아의 다자협력은 '압축 성장' 형태를 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문화·종교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30∼40여 년간 안보협력을 진행해 온 유럽과 달리 매우 이질적인 아시아 각국은 경제와 안보 협력을 동시에 빠른 속도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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