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달라지면 스파이도 달라진다. '007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이 비록 스타일은 다를지라도 매우 깔끔하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모던'한 스파이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면, 새 영화 '트리플X'는 한마디로 '양아치' 같은 스파이를 전면에 내세웠다.말이 좋아 '새로운 혈통(Breed)'의 스파이지, 몸의 이곳 저곳에 구멍을 뚫는 피어싱에 목뒤의 'xXx' 문신까지. 이건 딱 힙합이나 주절거리며 가운데 손가락이나 추켜 세우는 거리의 아이다.
'트리플X'는 힙합이나 익스트림게임(극단적인 모험을 즐기는 게임)같은 새로운 문화코드에 흠뻑 빠져 살면서 '007은 구닥다리'라고 믿고 있는 아이들을 극장으로 끌어 들이기 위한 영화이다. 주인공 젠더 케이지(빈 디젤)는 힙합을 비난하는 상원의원의 스포츠카를 몰고 200m 높이의 다리에서 추락하면서 자동차 번지점프를 시도하고, 그 모습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해 젊은이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은 거리의 젊은이.
자축파티를 벌이던 중 그는 들이닥친 특수부대원에게 생포된다. 깨어난 곳은 레스토랑. 그곳에서 인질극이 벌어지고 그는 강도를 물리친다. 그러나 이것은 미 첩보국의 테스트 중 하나. 이어 콜럼비아의 마약상 아지트에 내던져져 또 다른 테스트를 받는다. 상황 종료후 나타난 기브슨(새뮤얼 잭슨)은 그에게 자동차 절도죄를 눈감아 주는 대신 스파이가 되라고 주문하고, 그는 '스파이의 무덤'이라는 별명을 가진 체코의 프라하로 날아간다. 그의 임무는 동구에서 밀매되는 무기의 거래선을 파악하는 일.
고공 번지점프, 헬기에서 설원으로 떨어지는 스카이 다이빙, 스노 보드, 수십m 높이의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모터 사이클 등 익스트림 스포츠가 중계방송처럼 이어지고, 비록 CG로 만든 것이기는 하지만 설원의 어마어마한 눈사태, 프라하 옛 성에서의 총격전과 시가전 등 볼거리가 즐비하다.
젊은 시절의 브루스 윌리스보다 조금 더 투박해 보이는 주인공 빈 디젤은 터프한 스파이로 제3차 대전을 꿈꾸는 아나키스트인 구 소련의 군인 요기(마톤 소카즈)와 성격 연기대결을 벌인다.
요기의 연인으로 가장한 러시아 정부의 비밀 요원 엘레나(아시아 아르젠토)가 "2년간 그의 곁에서 활동을 해왔다"고 말하자 "늙어 죽는 꼴을 보려 했냐"는 식으로 맞받아치는 빈 디젤의 대사는 이 영화가 요즘 젊은이들의 감각을 따라잡기 위해 꽤나 노력했음을 증명해 준다.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지만 영화 전반부의 깜찍한 비밀요원 선발과정과 숨가쁘게 펼쳐지는 화려한 볼거리가 오락영화로는 매력적이다. 벌써 2편을 기획할 만큼 새로운 신세대 스파이 영화 시리즈로 자리잡고 있다. 10월 3일 개봉. 12세관람가.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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