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지역 이미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지역 이미지

입력
2002.09.26 00:00
0 0

영화나 TV드라마가 히트를 하면 촬영지도 뜬다. 지역 이미지가 좋아지고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영화의 분위기를 본뜬 접객업소가 늘어나는가 하면 작품무대를 소개하는 책도 잘 팔린다. 그래서 작품 제작을 적극적으로 유치·지원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춘천의 경우 올해 촬영되는 영화만 이미 개봉한 '챔피언'등 6편이다. 작년에도 영화 '와니와 준하' 등 2편이 촬영됐다. 화진포, 대관령 삼양목장, 남이섬, 월정사 전나무숲길은 해외 수출돼 한류붐을 일으킨 TV드라마 '가을동화' '겨울연가'로 더 유명해졌다. 상주·문경지역은 '상도'와 '태조왕건'의 덕을 보고 있다. 영화 '집으로…'의 충북 영동 현장도 최근 수해로 무너지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서울의 청계고가도로야 더 유명해질 것도 없지만, 이 곳에서 찍은 '오아시스'가 칸영화제에서 5개나 상을 받아 촬영에 협조한 이명박 서울시장이 감사패를 받았다.

■ 그러나 작품무대가 되는 게 달갑지 않은 곳도 있다. 경기 화성군은 최근 영화 '살인의 추억' 제작사에 공문을 보내 지역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말 것을 요구했다. 8월 말 전남 장성에서 촬영을 시작한 이 영화는 1986년부터 5년 동안 화성 일대에서 발생한 부녀자 연쇄강간 살해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다. 3년 전 청소년 수련시설 씨랜드 화재참사로 19명이 숨지고 그 해에 군수가 뇌물을 먹어 구속되고 매향리사격장 문제로 늘 골치가 아픈 화성군으로서는 이름이 거론되는 것조차 싫을 것이다. 이에 대해 제작사는 영화에 화성의 화자도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 '살인의 추억'은 화성사건을 소재로 만든 연극 '날 보러 와요'가 원작이다. 6년 전 초연된 이후 각종 상을 받은 수작이다. 그러나 영화가 연극과 같을 수는 없다. 감독도 이미 "내 식대로 풀어 나가겠다"고 말했었다. 강력사건을 바탕으로 인간의 허위의식을 잘 그려낸 연극의 밀도를 영화가 어느 정도 따라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적당히 웃음과 폭력을 버무려 놓는 게 유행인 요즘 제작경향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기왕 제작을 시작했으니 연극보다 훨씬 대중적인 영화가 15년 넘게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화성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임철순 논설위원 yc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