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할 것을 왜 두 달이나 뜸을 들였는지 모르겠습니다."서울시 산하 도시개발공사와 도시철도공사의 신임 사장이 발표된 24일 시 청사 안은 푸념 섞인 목소리들로 술렁였다.
이명박(李明博) 시장은 당초 두 공사 사장이 지난달 초 임기만료로 퇴임하자 "공개모집을 통해 외부의 유능한 인재를 모시겠다"고 공언했다. 정실에 치우쳤던 인사관행을 쇄신하겠다는 의미여서 직원들은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웬일인지 사장 인선작업은 지지부진했다. 당연히 "외부인사 영입의지가 퇴색한 것 아니냐" "누군가 봐 둔 사람을 시키려는 것"이라는 우려가 시 주변에서 나돌았다.
두 공사 사장 인선과 관련된 갖가지 설이 무성하자 시는 부랴부랴 6일 민간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11일 공모에 들어갔다. 그리고 1주일 만에 공모를 마감하고 이틀 뒤에 서류심사와 면접시험을 거쳐 19일 최종결재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3일.
공석이 두 달 여 간이나 지속되는 데 따른 업무공백 등의 불만에 대해 "인재유치와 인사투명성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둘러댔던 종전의 태도와는 180도 다른 것이었다.
결과는 더욱 직원들을 허탈하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신임사장 중 한 명은 이 시장 캠프의 핵심 인물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시의 현직 고위간부여서 공모전부터 결국 이들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공모라는 그럴 듯한 포장이 자기사람을 심기 위한 요식행위였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는 응모자의 신상은 물론 심사기준이나 점수를 공개하지 않은 채 "월등한 성적으로 추천됐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서울시 공사 사상 첫 공개모집을 통한 외부 전문경영인의 발탁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그에 못지 않다는 것을 이 시장은 알기나 하는 걸까.
김동국 사회부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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