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거칠 것 없는 '공격 경영'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 5∼6위권인 롯데그룹은 외환위기 이후 국내 대기업들이 감량 경영을 하는 것과 달리 지난해부터 초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과거 '짠물 경영'으로 내실을 다진 롯데가 풍부한 자금력을 앞세워 삼성에 버금가는 거대 그룹으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껌 제조사에서 거대 그룹으로
1967년 롯데제과로 출발한 롯데그룹은 올들어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5월말 롯데는 500억원 가량을 들여 외식업체 TGI프라이데이스를 인수, 외식업계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7월에는 미도파를 인수해 국내 유통업계 1위 입지를 공고히 했으며, 롯데마트 6개 점포를 올해 새로 개설, 할인점 분야에서도 적극 공세에 나섰다. 롯데는 25일 1,830억원에 동양카드 인수 본계약을 성사 시켜 그간 그룹 차원에서 추진해 온 신용카드업 진출에도 성공했다. 또 LG화학과 컨소시엄을 구성, 현대석유화학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토지 매입에도 손을 뻗쳐 지난 주 서울 중구 소공동 옛 한일은행 본점 건물을 인수, '롯데타운' 구상을 구체화 했다. 서울 잠실과 부산에 각각 112층, 107층 규모의 롯데월드 건설을 추진 중이며,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 공원에 5조원 규모의 롯데월드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화수분 같은 돈줄에 관심 집중
재계는 롯데의 엄청난 자금 동원력에 주목하고 있다. 1999년 말 편의점 로손을 430억원에 인수한 롯데는 지난해 이후 게토레이 인수에 220억원, 롯데마트 점포 확장에 1조원, 미도파 인수 및 리모델링에 7,000억원, TGI프라이데이스 인수에 501억원 등 최근까지 2조원에 달하는 거금을 인수·확장에 투입했다. 앞으로도, 구 한일은행 본점 건물 대금 1,230억원, 현대석유화학 인수 성공시 3,000억∼5,000억원을 조달해야 한다.
재계에서는 롯데가 자금조달을 위해 롯데쇼핑을 상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롯데 관계자는 "그룹 유보자금이 2조원에 달하는데다 롯데쇼핑의 한 해 경상이익이 6,000억원 정도여서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다"고 상장설을 일축했다. 롯데는 올해 그룹 매출액이 2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 계열사 주가가 오르는 등 올들어 기업 가치도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말 부채 비율은 73%로 30대 그룹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롯데 껌'에서 출발해 33개 계열사에 자산 17조원의 대그룹으로 커진 롯데그룹이 인수·합병을 통해 급격하게 커진 몸집에 걸맞은 고도 경영을 할 수 있느냐가 명실상부한 도약의 관건이라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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