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편을 가르라면 조폭영화도 존재할 가치가 있다는 쪽이다. 모든 관객이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나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을 좋아할 수 없을 뿐더러, 장르영화도 끊임없이 변주를 거듭하며 나름대로 깊이를 가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긴장을 풀고 끽끽 웃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즐거움이다.그러나 이런 영화들이 미워보일 때는 '감동'을 가장할 때다. '두사부일체'는 상문고 출신의 감독이 상춘고를 등장시켜 학교재단비리를 들춰낸다. 룸살롱에서 닥치는 대로 머리를 때리고, 폭력을 휘두르던 자들이 새삼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가증스럽다. 더 민망한 것은 감동적이라며 눈물을 함께 흘리는 관객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관객을 보는 제작진은 또 얼마나 감개무량할까. 한 스태프는 "요즘 관객에겐 쌈마이(싸구려)가 먹힌다"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뜨악!
'가문의 영광'은 가족애를 가장한다. 동생의 '하룻밤'을 '떡'으로 부르거나 손바닥으로 의성어를 만들어내는 행위로 표현하던 조폭 오빠들이 동생 결혼식장에서는 가련한 모양새로 그야말로 '떡'(이번에는 의미가 다르다)이 되도록 두들겨 맞는다. 이 장면이 너무 '오버' 한 것 아니냐 물으니, 영화 관계자는 "요즘 관객들은 확 울리고, 확 웃기는 한마디로 유치한 게 먹힌다"고 대답했다. 그럼 진지하게 눈물 흘린 관객만 손해? 영화를 보고 눈물 흘린 관객에게 물었다. "감동해서 우나, 그냥 우는 거지" 또 뜨악!
결국 감동을 양념으로 친 조폭영화는 만든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모두 자신의 감정을 영화와 격리시키고, "울리고 웃겨 돈 벌자" "돈 냈으니 웃고, 울어주자"는 심정으로 적당히 타협을 하는 것은 아닐까. 둘 다 좋은 '윈- 윈' 게임인데, 왜 이리 헛헛하지?
하긴 바닷가재의 다리 한 쪽밖에 사지 못할 가격에 거창하게도 '크랩 버거'라고 이름 붙인 패스트푸드가 팔리는 세상이다. '불고기 버거'는 돼지고기로 만들고, 새우깡엔 새우가 찌게에 넣는 새우젓만큼 들어가고…. 그러니 '눈물에 진정성 없다'고 반응하는 것도 '오버'가 아닌가 싶다. 물론 울면서 조폭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이렇게 되물을 수도 있겠다. "니들이 눈물 맛을 알어" 컷!
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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