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20일간의 일정에서 중반을 지났지만, 도대체 무엇 때문에 하는지 모르겠다는 소리가 많다. 정부 전 부처와 산하기관 등 365곳을 뒤지고 있지만 정작 나오는 것은 삿대질과 고성뿐이다. 정치권의 관심도 국정감사보다는 대통령 후보군의 움직임에 쏠려 있다. 의원들끼리 욕설과 막말을 주고받는 것은 엊그제의 일이 아니다. 근거를 대지 못하는 폭로와 이를 부인하는 해명은 오히려 진실이 무엇인지를 헷갈리게 한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문건과 녹음테이프가 제시되지만 의혹은 증폭된 채 결론은 유보되고 있다.특히 병역비리 의혹공방의 주전장이 된 법사위와 국방위는 집단 패싸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여야 의원은 물론, 증인들까지 편을 갈라 일방적인 주장만을 하고 있다. 문광위 소속의원들이 연예인들로부터 성 상납을 받았다는 주장까지 나왔고, 이 주장은 문광위 차원의 반박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를 제기한 한나라당의 홍준표 의원은 구체적 증거를 내놓지 않고 있다. 동료의원의 명예가 걸린 사안에 대해서도 이 모양인데, 다른 부분이야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면책특권은 이런 짓 하라고 준 게 아니다.
정치권은 가뜩이나 떨어진 신뢰를 더 이상 추락시키지 말아야 한다. 정치인들이 국민으로부터 존경은 커녕, 손가락질을 받는 것은 정치권을 위해서나 국민을 위해서나 좋지 않다.
의원들은 정치공방위주의 국정감사가 스스로의 권위를 추락시키고, 정치불신을 가중시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피감 기관으로부터 인정 받는 의원이 과연 몇이나 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남은 국정감사라도 본래 취지에 충실해 주기 바란다. 국정감사의 취지는 정부가 지난 1년간 수행한 국정전반을 점검, 문제점을 시정하고 이를 예산심의에 반영하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