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 엄호성(嚴虎聲·한나라당) 의원은 25일 금융감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산업은행이 2000년 현대상선에 지원했던 4,900억원(당시 환율로 4억달러)이 현대의 유동성 위기 해소에 사용되지 않고 금강산 관광사업 대가로 북한에 비밀리에 전달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관련기사 5면엄 의원은 "산업은행은 2000년 6월15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인 6월7일 현대상선에 유동성 지원 명목으로 4,000억원, 같은달 28일 900억원 등 총 4,900억원을 지원했지만, 이 돈은 바로 현대아산을 거쳐 북한에 전달됐다"며 "당시 산은 총재였던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유동성 지원에 반대하자 한광옥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엄낙용(嚴洛鎔) 전 산업은행 총재(2000년 8월17일∼2001년 4월19일 재직)는 "당시 현대상선 김충식 사장이 '우린 4,900억원의 한푼도 만지지 않았다. 이 돈은 정부가 갚아야 할 돈'이라고 주장해 이기호 당시 경제수석과 진념 재경부 장관,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참석한 경제장관간담회에 보고, 대책을 상의하고 국정원장 면담을 요청했다"며 "이기호 수석과 국정원 대북담당 김보연 3차장 모두 '알았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근영(李瑾榮) 금감위원장은 "당시 한광옥 비서실장으로부터 압력을 받은 적이 없으며, 유동성 지원은 제2금융권의 자금회수로 현대상선의 자금압박이 가중돼 이뤄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현대상선 지원금이 북한으로 갔을 가능성은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측은 "4,900억원을 대출받았지만 현대아산으로 돈이 간 적이 없다"고 밝혔다.
현대아산측도 "엄 의원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2000년에 금강산 관광사업 대가로 지급한 돈은 1억3,600만달러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성헌(李性憲·한나라당) 의원은 "현대건설도 2000년 5월말 케이먼군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역외펀드를 통해 북한에 1억5,000만달러를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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