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종목에 출전하세요?" "날치기입네다." "예? 날치기요?"24일 밤 부산아시안게임 선수촌 스포츠센터. 북한의 사격 스키트 선수에게 말을 건넨 한국 여자 비치발리볼 선수는 깜짝 놀랐다. 이들의 대화는 한 번 더 브레이크가 걸렸다. "헬스 하러 오셨나 봐요"라고 한국선수가 묻자 북한선수가 "헬스가 뭡네까. 우린 '힘 운동'(웨이트 트레이닝)하러 왔습네다"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남과 북의 스포츠 용어가 워낙 달라 부산아시안게임 선수촌에 입촌한 남북 선수들 사이에 웃지 못할 장면이 잇따라 연출되고 있다.
통일축구를 통해 많이 알려졌지만 북한에서 미드필더는 중간 방어수, 센터포워드는 가운데 몰이꾼으로 불린다. 패스는 연락, 골든골은 금골이다. 북한에서 '마라손'이라고 불리는 마라톤은 '일공오리'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42.195㎞가 약 105리에 해당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탁구에서 드라이브는 감아치기, 스카이 서브는 던져 처넣기이다. 수영 자유형은 뺄 헤엄, 수중발레는 예술헤엄으로 표현된다. 레슬링 그레코로만 형은 '레스링 고전형'.
국립국어연구원 전수태(田秀泰) 학예연구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97년 1월 체육용어는 국제 공통어이기 때문에 국제 관례에 따르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많은 북한 선수들이 여전히 익숙한 용어를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체육용어뿐 아니라 일상 대화에서도 남북 언어의 차이는 예상외로 크다. 북한 팀 관계자들은 응원 나온 남녘 어린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애무해 줬다'고 말해 남측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남녀간 사랑행위를 나타내는 '애무하다'는 북에서 '어루만지다'는 뜻이다.
/부산=김정호기자 azure@hk.co.kr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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