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프로그램의 선정성이 위험수위에 다다랐다. 사회자나 패널, 리포터의 과다노출은 기본. 남자 연예인의 다리 사이에서 여자 연예인이 바둥거리거나, 출연 연기자가 신음소리를 반복적으로 내는 등 선정적 장면이 여과없이 튀어나오고 있다.뉴스까지 선정성 경쟁에 매달린다. 방송위원회의 제재나 시청자단체와 시민단체의 비판과 시정 요구가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된 지는 오래다.
25일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지상파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선정성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8월19∼25일 방송한 KBS MBC SBS 등 방송3사 프로그램 440편 중 무려 178편이 선정적 장면을 내보냈다.
SBS 특집영화 '라붐'(8월23일 방송)에서는 부모가 각각 불륜을 저지르는 장면, 딸이 남자친구를 자극하기 위해 아버지에게 키스하는 장면까지 그대로 방영했다.
KBS 2TV '개그콘서트'도 여성 비하와 함께 선정적 표현으로 자주 시비에 오르는 프로그램. 김지선 이승환 심현섭 등 출연 개그맨들은 거의 매회 흐느적대는 몸짓과 반복적인 신음소리를 통해 선정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어딜 더듬고 만지고 있어?" "남자친구에게 가장 좋은 음식은 여자친구의 빨간 립스틱" 등 선정적 표현도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21일 오후6시 추석특집으로 방송한 KBS 2TV '자유선언 토요대작전'도 남녀 연예인이 씨름을 하는 장면을 내보내면서 '이성진, 이 자세를 음미하는 듯' 등의 자막을 넣어 상황을 야릇하게 만들었다.
한 남자 출연자는 군입대를 앞둔 가수 홍경민이 여성 연예인 아유미와 씨름을 하게 되자 "군대 가기 전 선물"이라고 이야기했다.
케이블과 위성TV 쪽은 더욱 심하다. 성인채널 스파이스TV는 지난달 18일 영화 '해트트릭'을 방영하면서 하인이 여주인공의 성기를 애무하는 장면 등을 그대로 내보내 방송위원회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 및 해당 방송프로그램 중지' 명령을 받았다. 영화전문채널 시네포에버는 괴성을 지르는 남녀의 정사장면이 들어있는 영화 '색정'을 방송해 방송편성책임자에 대한 징계 명령을 받았다.
문화개혁시민연대는 25일 '자유선언 토요대작전'과 관련해 성명을 발표, "공영방송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KBS가 온 가족이 모여 보는 시간대에 선정적인 내용과 여자 연예인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내용을 제작해 방송했다"며 "제작진은 시청자들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정성 분석'보고서를 작성한 하윤금 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특히 영화 정보프로그램은 영화 소개과정에서 선정적 장면을 그대로 내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주로 여자 연예인의 노출이 심한 의상을 통해 이뤄지는 선정성은 여성 신체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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