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가 5조 5,000억원에 이르는 재산 피해와 240여명의 인명 피해를 남기는 등 국민들에게 막대한 고통을 주고 있다. 피해 현장을 지휘하면서 하늘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평생을 사회적 약자로 늘 소외되어 살아가던 사람들인데 얼마되지 않은 재산까지 태풍과 함께 다 날아가 버렸으니 비참함이 어떻겠는가?그런데 한편으로 감동과 뿌듯함도 느꼈다. 전국의 이름 모르는 독지가들이 수재 의연금을 보내오고 자원 봉사자들이 속속 도착해 복구작업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선 것이다. 의연금이 얼마냐에 관계없이 이들의 성원은 수재민들에게 힘이 되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나눔의 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지금이야 말로 가진 사람들의 힘과 땀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넘치는 정으로 수재민들에게 용기를 주고 살맛 나는 따스한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것은 우리 민족의 가장 큰 강점이다. 이웃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마치 내 일인양 소매를 걷어부치고 나서며 내 배가 고파도 지나가는 거지 밥 한술 떠 주기를 아까워 하지 않는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빈부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한다. 소득이 높은 상위 10%가 하위 10%에 비해 9배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지난 5년간 월평균 소득도 상위 10%는 30% 증가한 것에 비해 하위 10%는 겨우 4% 늘어났다. 소득 불평등과 박탈감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그렇지만 이번 수해에서 보듯 독지가와 자원 봉사자들의 노력이 살아 있는 한 우리 사회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태풍으로 유난히 많은 피해를 입은 지금,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환난상휼(患難相恤)의 아름다운 마음을 발휘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전길 전북 무주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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