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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하나 아시아도 하나 / 北선수단 선수촌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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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하나 아시아도 하나 / 北선수단 선수촌 24시

입력
2002.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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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밖 외출 삼가…"남측 신문 좀 넣어주시라요""대회가 코 앞에 닥쳤는데 여가를 즐길 시간이 있겠습네까."

24일 부산아시안게임 참가국 중 가장 먼저 선수촌에 입촌한 북한대표선수들의 하루 일과는 훈련과 휴식, 식사로 구분될 만큼 단조롭다. 외부 훈련과 식사 이동을 제외하고는 숙소 주위를 벗어나는 일이 없다. 북한선수단의 숙소인 선수촌 114동 아파트 주위에는 100명이 넘는 안전 통제요원과 경찰이 보안을 책임지고 있어 선수들의 생활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오전6시께 기상하는 선수들은 숙소 주위서 종목별 오전훈련을 마친 뒤 아침식사를 한다. 24일에는 일부 선수들이 배탈이 나 오전 입촌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전날 저녁 물갈이 때문에 배탈이 난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선수촌 진료센터의 응급실 직원은 "아직 이곳을 들른 북측 선수는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숙소에서 선수들 대부분은 수면 등 휴식과 개인세탁으로 자유시간을 보낸다. 114동 맞은편에 자리잡고 있는 115동서 객실청소를 돕는 한 자원봉사자는 "베란다로 내다보면 북한선수들이 제각각 속옷, 양말 빨래에 열심인 모습이 종종 비친다"고 말했다. 선수촌 숙소부의 관계자도 "휴게실에 10㎏크기의 세탁기가 비치된 세탁실이 딸려 있지만 북한선수들이 세탁기를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휴게실에는 34인치 대형TV가 있다. 하지만 항상 단체행동을 하는 탓에 남한 TV프로그램을 시청할 기회가 드물다. 6∼7명이 함께 사용하는 34, 41평의 숙소에는 TV와 냉장고, 세탁기가 없다.

국제대회 참가경력이 많은 선수와 임원들은 비교적 개방적이면서도 한국의 언론보도에 적잖은 신경을 쓴다. 일부 선수들은 동료와의 대화도중 "레츠고(Let's Go)" 등의 영어를 자유롭게 사용했다. 선수단은 25일 선수촌에 "남측의 신문을 숙소에 배달해달라"고 요청키도 했다.

해가 진 뒤에도 30여분간 러닝 등으로 몸을 푸는 선수들은 오후 8시반께 저녁식사를 마친 뒤 숙소로 돌아와 간단한 강평시간을 갖는다. 취침시간은 일정치 않지만 오후 10시 이전에 대부분 객실의 불이 꺼진다.

인근 지역 경호를 맡고 있는 한 경찰관은 "취침 때는 모든 객실에 커튼이 철저히 처져 있다"며 의아해 했다. 그러나 선수촌의 관계자는 "북한선수단이 가져온 화물 중 대부분이 평양소주와 금강산생수였다"며 "임원 코치진 사이에 술자리가 빈번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이준택기자 nagne@hk.co.kr

■관심 끄는 남북대결

선수촌에서는 하나가 되는 남북 선수들이지만 경기장에서 선의의 대결을 피할 수는 없다. 북한이 18개 종목 311명의 선수단을 파견함에 따라 한반도기의 물결아래 남북 선수들간의 우정의 맞대결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첫 대결은 남북 여자역사들이 벌인다. 10월1일 오후 3시 부경대 체육관에서 한국의 소녀역사 임정화(15)와 시드니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리성희(29)가 바벨과의 싸움에 도전, 첫 승전보를 전할 예정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종목은 만리장성에 도전하는 남북여자탁구다. 1991년 일본 지바(千葉) 세계탁구선수권에는 단일팀으로 출전, 우승의 감격을 누렸지만 이번에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한국은 류지혜(삼성카드) 김무교(대한항공)를 앞세워 1, 2개의 금메달을 겨냥하고 있는 반면 북한도 김현희 김향미 등 국제경험이 많은 선수들을 출전시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가 될 전망이다.

격투기 종목에서는 땀방울이 튀는 거친 대결이 기다린다. 북한은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55㎏에 출전하는 강용균이 시드니에서 패배를 안겼던 심권호의 부재를 틈 타 무난하게 금메달을 획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하태권을 꺾고 태극마크를 단 정지현(한체대)이 출전하지만 경험이 부족하다.

유도 여자 52㎏에서는 96년 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계순희가 이변이 없는 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올해 헝가리 오픈에서 우승했던 이은희(성동구청)가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졌다. 남자 73㎏에서는 최용신(마사회)과 북한의 곽억철이 금메달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

여자 명궁들의 남북대결도 오조준을 허락하지 않는다. 북한의 최옥실은 시드니올림픽 준결승에서 김남순에게 분패, 아깝게 메달을 놓쳤는데 이번에 설욕전을 벼르고 있다. 7일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축구도 서로 8강전이후 경기 결과에 따라 맞대결이 예상되며 북한의 우위가 점쳐지는 여자축구는 10월9일 구덕운동장에서 운명의 대결을 벌인다.

역시 풀리그로 우승팀을 가리는 소프트볼, 여자핸드볼 등에서도 남북대결은 반드시 넘어야 하는 관문이다.

/부산=여동은기자

■北선수들 어떤 대우 받나

북한에서 체육스타는 최고의 신랑·신부감이다. 잘 나가는 예술인보다 더 인기가 있다. 북한당국이 선수의 공적에 따라 공화국 영웅, 노력영웅, 인민체육인, 공훈체육인 등으로 분류해 최고 대우를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등급분류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한 대회 입상성적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선수 개인의 공적을 전체적으로 종합해 판정한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 북한의 명예를 드높였다고 판단되는 선수에게는 공화국 영웅 또는 노력영웅 칭호가 주어진다.

최고영예인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은 선수는 여자 마라토너 정성옥이 유일하다. 부산아시안게임에 참가할 것으로 보이는 그는 1999년 스페인 세비아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에서 우승했다. 평양의 고급주택과 승용차를 포상으로 받았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국회의원)으로도 뽑혔다.

노력영웅은 공화국 영웅보다 못하지만 사회적으로 상급(장관급)에 버금가는 최상의 대우를 받는다. 유도의 계순희가 대표적이다. 그는 96년 아틀랜타올림픽 48㎏급에서 금메달을 따 인민체육인 칭호를, 2001년 세계유도선수권 대회 52㎏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노력영웅 칭호를 각각 받았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체조의 배길수, 세계권투평의회(WBC) 슈퍼플라이급 현 챔피언인 재일동포 홍창수도 노력영웅으로 불린다.

인민체육인 칭호는 대체로 세계대회 3위 이내 입상선수들에게 주어진다. 부산아시안게임 여자 역도부분에서 금메달이 유력한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리성희 선수를 꼽을 수 있다. 이들에 대한 대우는 중앙기관의 국장급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훈체육인 칭호는 세계대회가 아닌 지역별 대회나 국내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번 부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선수들은 공훈 또는 인민체육인 칭호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은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선수에게는 고급주택, 2회 이상 우승자에게는 승용차를 주고 있다"며 "체육스타들은 평양이주와 외국여행 특전 등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주민들은 자녀가 운동선수가 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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