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25일 통화는 북한 문제 해결의 명확한 방향이 설정됐음을 의미한다. 전쟁이나 무력, 긴장이 아닌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최근 북한의 혁신적인 개방조치, 북일 정상회담 등과 더불어 한반도에 '신(新)기류'가 확실히 전개되고 있음을 알게 하는 조치이다. 이번 통화 협의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이라크는 다르다"는 차별성을 인정하고 "조속히 고위급 특사를 북한에 파견하겠다"는 구체적 실행 플랜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과 이라크의 차별성 인정은 한반도 문제의 불투명성을 사실상 해소하는 메가톤급 입장 표명이다. 조속한 특사 파견 약속이 그저 "대화는 해야 한다"는 수사(修辭)적 명분론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의지를 담고 있음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그 동안 북한과의 대화를 공언했지만 그것이 진심인지, 내부 전략도 그런 방향인지가 확실하지 않았다. 더욱이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이라크를 불량국가로 동일시하면서 이라크를 공격하기로 했기 때문에 "결국 북한에 대해서도 공격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자아냈다. 이런 우려는 부시 대통령의 북한과 이라크 차별화 언급으로 불식됐다고 볼 수 있다.두 정상의 통화는 대화와 협력의 해법이 우리의 끈질긴 노력과 의지에 의해 마련됐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는 것이다. 서해 교전 사태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다시 대화의 장으로 나오고, 북일 정상회담이라는 일대 사건이 열리게 된 데는 포용정책의 근간을 포기하지 않고 설득을 계속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기인한 바 크다.
미국의 확실한 입장 표명은 또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한일 정상회담이 잇따라 북미 대화를 촉구하는 등 국제사회가 미국을 '압박'한 결과로 해석된다. ASEM과 한일정상회담의 촉구는 김 대통령이 주도한 결과이다. 그러나 특사 파견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양국 정상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등 안보문제 해결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자락을 깐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는 미국이 여전히 완벽하게 북한을 신뢰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 특사가 북한에 갔을 때 이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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