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 보니 가을입니다. 올 가을은 정말 문득 찾아온 것 같습니다. 지난 여름이 워낙 사나웠기 때문일까요. 가을 하늘이 더욱 청명하게 느껴집니다.이맘때면 여행을 취재하는 이들은 은근히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황금 들판과 붉은 계곡 등 색깔의 변주가 시작됩니다. 보다 화려한 사진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무거운 촬영장비를 메고 땡볕에 노출된 채 비지땀을 흘려야 하는 수고와도 이별입니다. 무엇보다 수확의 계절이라는 점이 흐뭇합니다.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결실을 거두는 농민들의 모습은 보는 이의 얼굴에도 미소를 그려줍니다.
그런데 여전히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지난 여름의 수해 때문입니다. 새삼스럽게 왜 수해 얘기를 다시 꺼내냐고요? 수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가 아니라 수해의 후유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강릉, 동해, 양양, 속초, 정선 등 수해에 심하게 망가진 지역은 강원도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관광지입니다.
관광은 이 지역 주민들의 큰 수입원이기도 합니다. 열심히 벌어야 잃은 것을 되찾을 텐데 큰 일이 났습니다. 관광객이 뚝 끊겨버렸기 때문입니다.
관광객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워낙 피해가 컸던 만큼 도로사정이나 잠자리 등이 불편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슬픔에 잠긴 곳으로 여행을 간다는 것이 겸연쩍기도 합니다. 그래서 관광지가 텅 비었습니다. 잦은 비로 휴가장사를 망친데다 수해를 당하고, 이제 그 후유증까지 심하게 겪고 있습니다. 단풍대목까지 이어진다면 ‘정말 큰 일’이라고 거의 울먹입니다.
수해지역으로 여행을 떠납시다. 그곳의 가을빛은 예년과 다름없이 아름답습니다. 여행을 즐기기에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도로와 시설은 복구됐습니다.
수해현상을 직접 보는 것 만으로도 주민들에게는 위안이 될 것입니다. 돕고 싶다면 장터에 들러 차 트렁크 가득 가을장을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가을에 떠나는 여행, 가을의 행복을 나누는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권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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