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경기 침체에다 하루에도 몇 번씩 불공정거래가 포착되는데 누가 투자하겠습니까."코스닥시장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잇따른 주가조작 사건과 대주주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로 신뢰를 상실한 데다 미국 증시 불안과 주요 기업들의 실적악화 쇼크까지 겹쳐 브레이크 없는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연일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코스닥지수는 24일에도 1.42포인트 하락하며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50선까지 위협받았다. 지수 50은 2001년 1월 수준으로 지난해 9·11테러에 따른 단기 폭락(최저점 46.05) 이후 최저치다. 올 최고점인 93.63포인트(3월25일)의 거의 절반수준으로 하락했으며, 코스닥 지수가 280을 넘기며 최고를 기록했던 2000년 3월과 비교하면 거의 6분의 1로 주저앉았다.
코스닥시장의 위기는 정작 이 같은 지수하락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외면이다.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는 외국인과 기관은 '진흙탕' 같은 코스닥에 등을 돌린 지 오래고, 투기 매매를 좇던 개인투자자들조차 점차 손을 떼고 있다. 이 때문에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급감하고 하루 1∼2주밖에 거래되지 않는 종목이 있는가 하면 몇십주 거래로 하한가로 추락하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한때 '닭(코스닥)이 소(거래소)를 잡았다'는 소리를 듣던 코스닥이 이제는 거래소는 물론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시장에도 뒤지는 '3류시장'으로 전락했다.
코스닥 거래량은 3월말만해도 4억주를 웃돌았으며 거래대금도 2조원을 넘었다. 하지만 코스닥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거래가 뜸해져 최근에는 거래량 2억주, 거래대금 5,000억원을 밑돌고 있다. 이는 거래소의 4분의1 수준. 23일 코스닥 거래대금은 4,669억원으로 1999년 10월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7월과 8월 코스닥에서만 각각 361억원과 463억원을 순매도한데 이어 이달들어 708억원을 팔아치웠으며, 기관도 3월이후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에 새로 등록하는 기업의 공모주 65%를 기관이 받아가고 등록 직후 새로 거래되면 이를 팔아치우고, 주간증권사는 주가를 받치기 위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시장조성을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의 신뢰회복과 시장 투명성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일부 엔터테인먼트나 휴대폰 부품·이동통신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투자자들이 코스닥을 외면하고 있다"며 "홈쇼핑과 카드주조차 실적악화 우려로 외국인들이 팔아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서정광 연구원은 "외국인 등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코스닥 시스템을 새로 가다듬고 시장 진입과 퇴출을 원활히 해 주식 수급을 조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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