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자 탁구의 자존심 왕난(24·사진)의 별명은 '탁구의 마녀'다. 1998년 덩야핑의 대를 이어 세계여자탁구를 평정한 그는 성격이 괴팍했던 덩과 달리 늘 상냥한 미소를 달고 다닌다. 별명과는 딴판이다.97년 세계선수권 여자단식 결승서 덩야핑과 맞붙어 아쉽게 준우승에 그친 왕난은 덩이 세대교체로 여왕자리를 물려주자 날개단 듯 98년 방콕아시안게임 여자부 전관왕(4관왕)에 오르며 자신의 시대를 알렸다.
4년 넘게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그의 강점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침착함이다. 초반 뒤지다가도 위기를 극복하고 역전승을 이끌어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비형은 아니지만 탄탄한 수비 능력과 함께 지구력도 뛰어난 편이다. 상대에게 좋은 볼을 주지 않으면서 끈질긴 랠리를 이어가며 찬스를 만들어내는 스타일은 일품이며, 전매특허인 파워 실린 백핸드 드라이브는 누구도 쉽게 막아내지 못한다.
왼손잡이인 그는 여자선수로는 비교적 탄탄한 몸(신장 162㎝)과 드라이브를 걸 때 몸 전체가 부드럽게 휘어지는 타고난 유연성까지 갖추고 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에 이어 지난해 오사카 세계선수권에서도 여자단·복식을 석권, 건재를 과시했다. 정점에서 내려 올 줄 모르는 장기집권이야말로 그의 실력을 대변해주는 가늠자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왕난이 여자부 전종목을 석권할 지 관심이다.
/부산=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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