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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관계 주도권 싸고 美·日 미묘한 기류/내갈길 가는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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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관계 주도권 싸고 美·日 미묘한 기류/내갈길 가는 日

입력
2002.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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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독자행보를 거듭하면서 미국과 일본사이의'2인 3각 동맹'관계에 미묘한 마찰 기류가 흐르고 있다. 미국은 북일 정상회담 등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외교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2차대전후 국제안보 문제에서 줄곧 미국을 추종해 온 일본이 독자적 외교노선을 취하는 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무엇보다 조지 W 부시 미국 정부는 고이즈미식 대북 접근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의 지렛대 효과를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 일본이 차관과 경제협력 형태로 북한에 건넬 막대한 자금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이 제시할 수 있는 당근의 효력을 떨어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북한의 돈줄 역할로 영향력을 키울수록 미국은 그만큼 대북 통제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뉴욕 타임스는 '일본이 대북 관계의 주도권을 잡다'라는 제목의 22일자 칼럼에서 "북일 정상회담은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칼날을 세운 대꾸였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부시 정부의 관리들은 고이즈미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에서 대량살상무기 문제 등 미국의 관심사를 소홀히 한 데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동북아 지역에서의 일본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 19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로 야기된 안보 문제를 의도적으로 희석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북일 정상회담 후 미 고위관계자는 "그들(일본)이 납치 문제에 대해 다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은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할 것은 여러 형태의 진짜 위협이 북한에 있다는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일본이 러시아와 함께 한반도 문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주장하고 있는 6자 회담안도 미국의 정책과는 따로 노는 구상이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24일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회견에서 "미국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고이즈미식 독자외교 노선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지지 문제에서도 이어진다. 고이즈미 총리는 12일 부시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담에서 "미국은 이라크 문제의 해결을 위해 국제적 협력을 얻는 쪽으로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 미국의 기대를 외면했다. 또 그는 23일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연설에서 진주만 공습을 언급하면서 선제공격도 불사하겠다는 미국의 정책과는 반대되는 입장을 보였다.

뉴욕 타임스는 "일본 국민들은 더 이상 빅 브라더(미국)의 일방적 지시를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아사히(朝日)신문 칼럼니스트의 말을 인용하면서 일본의 정책 입안자들은 자신들의 나라가 부유하지만 미국의 움직일 수 없는 부속물로 다뤄지는 데 점점 분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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