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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도 예산안/균형재정 위해 稅부담 확대·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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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도 예산안/균형재정 위해 稅부담 확대·긴축

입력
2002.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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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4일 확정한 내년 예산안의 특징은 '균형 재정' 복귀를 위해 나라 살림의 허리띠를 바짝 조여 맸다는 점이다. 내년 예산은 지난해 이맘 때 짠 본예산과 비교하면 5.5%, 태풍 '루사' 피해로 인한 추가경정예산 편성분까지 감안하면 1.9% 증가하는데 그쳤다. 게다가 공무원 인건비, 지방재정 교부금 등 '경직성 경비' 비중이 여전히 높아 잠재성장률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6년만에 적자 재정 탈피

정부가 내년에 적자 보전을 위한 국채를 발행하지 않기로 함으로써 현 정부의 '2003년 균형 예산'의 약속은 일단 지켜지게 됐다. 장승우 기획예산처장관은 "적자 재정이 계속되는 한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가 부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균형 예산 복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 9조7,000억원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매년 2조∼10조원 가량의 적자 국채를 발행해왔다. 예산 뿐 아니라 연·기금 등 재정의 각 부문을 총괄한 통합재정수지 역시 9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4.2% 적자에서 올해 1.0% 흑자로 돌아선 데 이어 내년에는 흑자 규모가 3% 수준으로 늘게 된다.

내년 균형 예산 달성은 2004년부터 흑자 재정으로 전환해 조금씩이라도 국가 부채를 상환해나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특히 국민 경제의 최후의 보루인 국가 재정이 위기 상황에 대비한 대응 여력을 비축하게 됐다는 점도 고무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쪼들리는 나라 살림

하지만 균형 재정 달성에만 집착한 끝에 내년 나라 살림은 극도로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됐다. 내년 일반회계 예산은 올해(추경 포함)보다 1.9%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총국세 수입은 올해(103조5,000억원)보다 9.9% 늘어난 113조8,000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경기 부양 등을 위해 쓸 수 있는 돈은 소폭 늘어났지만 국민들의 세금 부담은 크게 늘어났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사회간접자본(SOC) 지출 증가율이 올해 5.5%에서 내년에 4.8%로 줄어드는 것을 비롯해 연구개발(R&D), 정보화 투자, 국방비 등이 당초 예상보다 감소했다.

경직성 경비가 더 늘어난 것도 재정 여건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지방재정 교부금(29조9,000억원) 공무원 인건비(22조6,000억원)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및 국채 이자(3조8,000억원) 예비비(2조6,000억원) 등 경직성 경비(59조원)는 내년 일반회계 예산(111조7,000억원)의 절반을 훨씬 넘는다. 결국 경기 활성화와 국민 복지 내실화, 국방력 강화 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은 50조원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다.

'실질 경제성장률 6%, 물가상승률 2∼3%'라는 세입 예산의 토대가 된 전망치가 불확실한 대외 변수로 하향 조정될 경우 세입 계획에 차질이 빚어져 균형 예산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 이색 사업들

내년 예산에는 청소년 비즈쿨(BizCool) 사업, 미혼모 양육 지원 등 이색적인 사업이 다수 반영돼 있다.

▶종합해양과학조사선 건조

종전에는 남·북극해에서 탐사를 할 때 외국 배를 빌려야 했기 때문에 비밀 유지 등에 어려움이 뒤따랐다. 해양수산부는 이에 따라 800억원을 들여 국내 최초로 5,000톤 규모의 '종합해양과학조사선'을 2008년까지 건조할 계획이다.

▶미혼모 양육 지원

양육을 원하는 미혼모들의 공동 주거 공간인 '중간의 집'이 서울 1곳, 지방 4곳 등 5곳에 만들어진다. 보건복지부는 2억8,000만원을 들여 아동 양육비, 미혼모의 자립을 위한 교육비 등을 지원한다.

▶청소년 비즈쿨 사업 추진

실업계 고등학생 등을 대상으로 창업이나 취업에 필요한 '비즈쿨' 교육을 실시한다. 학과 공부에는 상대적으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창업 및 경제 마인드에 대한 교육이 이뤄진다.

▶국립디지털도서관 건립

문화관광부는 2008년까지 '종이없는 국립 도서관'을 건립한다. 방대한 학술 정보를 전자적으로 처리해 방대한 양의 정보를 쉽게 보관하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 총사업비 1,35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국민인체치수 총조사

각종 생활용품 등의 규격 표준에 활용하기 위해 2003∼2004년 제5차 국민인체치수 총조사를 실시한다. 전국에서 2만명을 대상으로 직접 측정하며 5,000명에 대해서는 동적 측정과 3차원 측정까지 실시해 정밀도를 높일 계획이다.

▶저소득층 노인 개안수술

노화로 인한 백내장과 당뇨성 망막증 발병률이 늘어남에 따라 저소득층 노인에 대해 눈 정밀 검진과 개안수술 비용을 지원한다. 내년에는 1만5,000명에게 무료 검진을, 백내장과 망막증 환자 700명에게 수술비를 지원해준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 부문별 주요내용

내년도 정부의 실제 씀씀이는 일반회계에 특별회계예산을 합친 순계 155조8,000억원을 재원으로 이루어진다. 홍수조절 및 교통사고 방지 시설을 집중 확충키로 함에 따라 안전·건강 분야 예산증가율이 21.9%로 가장 높다. 사회복지 및 교육 분야 지출도 각각 9.3%, 8.2%가 늘어난다. 반면, 통일·외교분야 예산은 16.8%, 수출·중소기업 지원 예산은 8.5% 각각 감소한다.

사회복지 저소득 학생과 장애인의 근로소득 공제비율이 10∼15%에서 30%로 확대된다.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에 맞춰 보육시설을 18곳에서 60곳으로 대폭 늘리는 한편 치매·중풍노인 요양시설을 296개에서 366개로 증설한다. 장애인 생활시설도 218개에서 229개로 늘리며, 복지시설 종사자의 2교대 근무 실시에 따라 164억원의 예산이 신규 배정됐다. 또 무료암검진 대상에 간암이 추가되고,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의 기본연금과 부가연금이 각각 7%, 8.1% 인상된다.

교육 국립대 시간강사료가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인상되고, 교수 1,000명이 증원된다. 초·중등학교 253곳이 신설되고, 교원 1만3,000명을 늘려 학급당 최대 학생수를 35명으로 줄인다. 중학교 무상교육이 도시지역 2학년까지 확대되고, 초·중등학생의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도 교육청별로 원어민 보조교사를 초빙할 수 있게 된다.

과학기술·정보화 R& D 투자규모를 올해 5조원에서 5조3,000억원으로 늘린다. 예산은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등 성장기반기술 분야에 집중 지원되고, 기초연구분야에 대한 투자비중도 19.0%에서 19.6%로 높아진다. 국내 이공계 대학생과 대학원생 2만5,000명에 대해 장학금과 연구비, 해외연구개발비가 지원되고,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기본사업비가 3,288억원에서 4,318억원으로 대폭 증액된다.

문화·관광 명동 국립극장 복원에 200억원이 투입된다. 국립 국악·발레·오페라 등 국립공연예술단 단원도 587명에서 657명으로 늘어난다.

게임·영화·애니메이션 등 문화산업의 창작기반 마련과 마케팅 활성화를 위해 607억원이 지원되고, 서울 상암동의 문화콘텐츠 종합 콤플렉스와 종합스튜디오 건립에도 38억원이 지원된다. 문화산업진흥기금과 영화진흥금고에 500억원이 출연된다.

사회간접자본(SOC)·환경 전주-광양 고속도로가 새로 착공되는 등 고속도로 건설에 2조3,587억원이 투입되고, 경부고속철도 1단계 구간 개통과 2단계 대구 이남 공사에 5,977억원이 배정된다. 동북아 중심국 실현계획과 관련, 부산신항과 광양만 등 신항만개발에 7,031억원이 투입되고, 인천공항 2단계 사업 설계비와 부지조성비로 437억원이 배정됐다. 호남선 전철화사업에 4,594억원이 투입되고, 임대주택 8만가구 건설에도 6,426억원이 투입된다.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천연가스버스 보급이 646대에서 2,000대로 크게 늘어난다. 동강 유역 보전대책에 40억원이 투입된다.

수출·중소기업 및 농어촌 대불·마산·군산 자유무역지역 조성에 1,040억원이 투입되고, 수출마케팅 지원과 외국인 투자유치 지원에 각각 2,090억원과 1,680억원이 투입된다.

농가 소득보전직불제 도입에 1,100억원이 투입되고, 정부 재고미의 저가 매각에 대비한 양곡특별회계 지원이 5,297억원에서 1조78억원으로 대폭 확대된다.

국민 안전·건강 낙동강 수계 치수사업 지원규모가 991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확대되고, 소양강과 화북댐 등 댐투자와 재해위험지구 정비 등 사전예방 투자도 각각 3,082억원과 4,050억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교통범칙금과 과태료 수입 8,425억원 전액이 사고방지시설 등 교통안전사업에 투자된다.

통일·외교 및 국방 북한 이탈주민 생활안정자금 지원대상이 300명에서 600명으로 늘어난다. 남북협력기금 출연금은 3,000억원으로 줄지만 기존 재원을 활용해 제2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합의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교류협력사업을 지원한다. 국방비는 16조4,000억원에서 17조4,000억원으로 1조원이 늘어난다. 전력투자 사업은 F-15K 전투기와 차기구축함, K-9자주포 등 차세대 전략무기 중심으로 미래 필수전력 확충에 중점을 두게 된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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