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는 모든 연극인의 관심사죠. 16세기 유럽 문화와 철학에 바탕을 둔 기존의 셰익스피어를 우리 식으로 해석해 공감의 폭을 넓히고자 합니다. '셰익스피어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자유롭게, 좀 더 이해하기 쉽게."'셰익스피어 벗기기 페스티벌'(27일부터 12월 8일까지 대학로 열린소극장)을 준비 중인 젊은 연출가 김민호(33)는 '한국의 셰익스피어'를 강조한다. 배우로 활동하다 러시아로 떠나 9년 간의 유학을 마치고 올 봄 귀국한 그는 "러시아에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아무리 서양연극을 하더라도, 결국은 우리만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이번 페스티벌은 셰익스피어 원작을 다시 쓴 '미친 햄릿'(화·목·토요일)과 '웃고랑 맥베스'(수·금·일요일), 셰익스피어 작품 9편의 핵심을 각각 한 줄의 대사로 압축한 '한 줄 짜리 연극'(월요일)으로 진행된다. 모두 직접 썼고, '미친 햄릿'과 '웃고랑 맥베스' '한 줄 짜리 연극' 중 2편은 연출도 맡았다. '미친 햄릿'과 '웃고랑 맥베스'는 줄거리를 변형하고 굿과 판소리 등 전통적 요소를 넣어 무대화한다. '한 줄 짜리 연극'은 과감하다 못해 무모해보인다. 셰익스피어를 단 한 줄로 압축하는 게 가능할까. 해체니 재구성, 재해석의 명분 아래 벌어지는 '고전 누더기 만들기'를 관객들은 이미 충분히 보아 왔다.
"그런 위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습니다. 그래서 4년 전부터 준비했고, 연습도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시작했죠. 원작의 의미를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철학적 미학적 요소를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 연출가의 의욕이 실제 무대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02)743―6474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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