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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유권자 승리의 大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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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유권자 승리의 大選으로

입력
2002.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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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12월로 다가오면서 대선 주자들이 하나 둘 확정되고 있다. 아직도 정당간 또는 정치세력간 이합집산의 가능성이 상존해 있고 우리 나라 정치풍토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언제 어느 후보가 불쑥 등장할지 모르지만 나설 후보들은 이미 유권자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정당과 후보들은 호소력 있는 선거공약을 개발해 하나 둘씩 발표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고 유권자들에게 즉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정책과 공약으로 각축을 벌일 모양이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국민들 앞에는 우리 나라의 청사진이 수십 개씩 펼쳐질 전망이다.

이미 대통령 선거전은 시작되었다. 정당과 정당, 후보자와 후보자의 대결보다 더욱 중요한 정치권과 유권자의 힘 겨루기가 본격화한 것이다. 선거공약은 후보자와 정당이 유권자들에게 제시하는 희망이며 비전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공약은 장밋빛을 띠고 있으며, 달콤한 솜사탕과도 같아 별 생각 없이 덥석 집어삼키기 쉽다.

장밋빛 공약의 허구와 달콤함 뒤의 쓴맛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군복무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공약을 싫어할 부모들과 당사자들이 어디 있으며, 국민건강보험료 부담을 대폭 줄이겠다는 데 이를 마다할 사람이 있겠는가. 정당과 후보자들이 쏟아낼 공약과 비전을 냉철하게 평가하고 비판해서 옥석을 가려낼 수 있을 때 이번 대선 선거전에서 유권자가 승리하는 것이다.

포장이 그럴듯하고 향기가 코를 즐겁게 하더라도 내용물을 철저히 살펴야 한다. 옥석을 가리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 나라 유권자들의 정치의식 수준이면 어느 정당과 후보의 공약과 비전이 진실한 것인지, 아니면 허구에 차 있는지 충분히 가려낼 수 있다.

우선 정당과 후보자가 내세운 비전이 우리의 현실에 기반하고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평가 없이 제시한 뜬구름 같은 비전과 공약은 일시적으로 각광을 받을 수 있지만 결국 유권자들에게 외면 당할 수밖에 없다. 현실을 무시한 공약은 실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지니고 있는 서유럽 정당들의 공통점은 '현실에 바탕을 둔 비전의 제시'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공약이나 정책의 구체성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 후보나 정당들의 공약이 선언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많다. 구체적 실천방안을 유보한 채 듣기 좋은 수사(修辭)적 어휘로 유권자를 기만해 온 것이 통례였다. '정치개혁'의 화두를 던져 놓고, 투명성 확보의 당위성을 외치지만 결국 정치과정, 선거과정, 정치자금 수급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이는 결국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시한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에 대해 각 정당과 후보들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정치개혁'의 소리만 높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정치권은 유권자의 감정을 자극하고 감성에 호소하여 지지를 얻으려 한다. 지역감정에 호소하고 계층간 갈등을 부채질함으로써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선거공약과 정책대안 또한 유권자의 이성적 판단에 의해 심판 받기보다는 감성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유권자의 차례다. 우리 나라 정치의 후진성의 진원지가 유권자가 아닌 정치권이며 정치권을 바로잡는 것은 결국 유권자의 몫임을 보여줘야 할 때다. 섣부른 공약과 비전 제시에 대해 날카로운 이성적 비판으로 그 허구성을 폭로해 나가야 한다. 공약과 정책의 일관성을 검토하고, 정당과 후보의 차별성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보다 세심한 관찰과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의 승리는 정치발전의 초석이며 원동력이다. 12월 대통령선거를 유권자의 승리로 마무리짓자.

/이정희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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