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를 보는 중국 단둥(丹東) 주민들의 표정은 이미 과거와 달랐다. 신의주가 특별행정구로 선포되면서 단둥도 홍콩처럼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충만해 있었다.단둥의 북한 기업인 김모(46)씨는 신의주가 경제특구가 될 것이란 추측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이미 1년 반 전부터 신의주 특별행정구 구상을 끝내고 주민은 물론이고 관공서와 각종 사무실을 소개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단둥에 거주하며 신의주에 공장을 짓고 있는 K그룹 관계자는 "1년 여 전에 신의주 구시가지에 공장부지를 요구했더니 시 관계자가 신도시 계획안이 있으니 계획선 밖에 건축하라고 설득했다"며 "이제 보니 시 관계자의 말은 특구 계획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신의주와 마주한 만큼 단둥은 조선족 동포들로 붐빈다. 단둥의 한 재중동포는 "신의주 경제특구가 개방되면 우리 조선족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며 기뻐했다. 중국인보다는 역시 같은 동포끼리 더 잘 통할 것이란 기대다.
단둥은 중국의 최대 변경무역 도시이자 최대의 국경도시다. 변경무역은 동북아와 중앙아시아, 남아시아까지 유라시아 대륙에서 10여 개 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이 내륙 발전을 위해 실시해 온 국제간 상거래 제도다.
단둥이 발전한 데는 역시 북한과의 교역이 큰 기여를 했다. 단둥의 변경무역액은 2000년 1억 7,000만 달러에 달해 연속 4년 간 1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단둥시 조사에 따르면 변경무역 회사는 200개를 넘었다.
단둥시가 북한, 특히 신의주와 거래를 위해 개설한 코우안(口岸), 즉 상거래 창구는 13개에 달한다. 13개의 코우안을 통해 단둥과 신의주가 맞거래를 하는 셈이다. 압록강에 임한 단둥 세관은 중국 물건을 실은 트럭들이 하루 몇 차례씩 줄지어 북한으로 들어간다. 세관 구내에 도착한 중국 물건이 먼저 북한 트럭으로 옮겨져 수송된다.
변경무역 회사인 펑찬(豊産) 측에 따르면 단둥의 대 북한 변경무역은 크게 발전했다. 과거 코우안에서 단순히 거래만 하던 데서 북한 내륙으로 중국 무역상이 깊숙하게 진출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단둥과 북한의 변경무역은 당초 물물교환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북한 내 화교자본과 일부 북한 상인들의 재력이 커지면서 현금무역 형태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중계무역과 합자, 합작 형태의 무역도 크게 느는 추세다.
압록강 건너 보이는 남신의주에는 특별행정구 설치를 위한 아파트 등 건축공사가 한창이다. 단둥 시민들은 이곳 건축공사가 늦어도 1년 후면 완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의주 특별행정구 설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북한 화교 장모(38·여)씨는 "북한에서 대남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특구 발표 소식에 크게 흥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단둥의 한 지방 언론인은 "중국이나 홍콩, 유럽 사람들이 중국을 놔두고 신의주에 투자하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단둥 세관에서 만난 한 북한 화교도 "신의주 주민에게서는 아직 뚜렷한 변화의 표정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단둥=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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