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그제 대한생명을 한화그룹 컨소시엄에 넘기기로 의결하면서 3년 반을 끌어 온 금융계의 현안 하나가 마무리됐다. 부실 금융회사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대생의 매각결정으로 정부는 그 동안 투입한 공적자금 3조5,000억원 중 일부나마 회수할 수 있게 됐다. 또 현대투신, 서울보증보험 등 다른 부실 금융회사들의 구조조정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다.하이닉스 매각 실패로 실추됐던 대외 신인도가 개선될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수 차례의 회의 연기 끝에 표결까지 가는 우여곡절을 겪은 공자위의 결정과정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공자위원간 논란의 핵심은 한화의 인수자격과 헐값 매각 시비였다. 반대표를 던진 민간위원 3명은 부실 금융회사인 한화종금과 충청은행의 대주주였던 한화가 대생을 인수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또 대생이 지난해 8,000억원 순익에 이어 올해 이후에도 연간 최소 6,000억원 이상의 흑자가 예상되는 만큼, 값을 충분히 받을 때까지 매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펴왔다. 그런데도 정부측은 통상 만장일치제를 채택해 온 공자위 의결 전례를 깨고 표결을 강행해 매각안을 통과시켰다. 이른바 산업자본의 금융부문 진출을 막아 온 정부가 스스로 금기를 깬 것이다.
자산 11조원의 한화는 24조짜리 대생을 인수하면서 재계서열이 16위에서 5위로 뛰어 오르게 됐다. 정부의 매각 강행 배경을 놓고 특혜시비와 함께 여러 가지 정치적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정부가 조기 매각에 집착한 나머지 한화의 경영능력이나 부대 조건을 충분히 따지지 않아 대생의 부실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화가 대생을 인수한 후에 경영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공적자금이 또 들어갈 수도 있다. 남은 매각 절차의 깔끔한 마무리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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