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정릉 토박이 권봉철(34·회사원)씨는 요즘 출·퇴근 때마다 속이 터진다. 예전 이곳을 드나들기는 버스로 채 10분도 안걸렸는데 요즘은 30∼40분 넘기가 일쑤이기 때문. 교통지옥으로 변한 동네를 매일 지켜봐야 하는 그는 "하루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털어놓았다.보국문길과 솔샘길이 만나는 정릉4동 동사무소앞 사거리 일대 주택가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극심한 정체로 주민들의 고통이 심각하다. 진출입 도로 등 충분한 기반시설 없이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물론 이웃들도 피해를 보고 있는 것. 주민들은 "북한산 자락의 조용한 마을로 유명했던 이 동네가 졸지에 자동차 매연과 경적 소음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한탄하고 있다.
이곳에 차가 몰리기 시작한 것은 작년 8월께 솔샘길과 인수봉길의 개통으로 도심진입이 수월하다고 소문나면서 부터이다. 이후 올해 강북구 미아동 SK아파트(5,300여 세대)와 벽산아파트(2,300여 세대) 등 대규모 단지의 입주가 이루어지자 정릉3·4동 주택가 한복판에서 극심한 교통정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년 6월께 풍림아파트(2,300여 세대)가 입주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은 "솔샘터널을 넘어 편도 2∼3차로에서 밀려든 차량을 편도 1차로로 감당하려니 병목현상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게다가 교통신호체계가 통행량을 감안하지 않은 채 여전히 '비보호 좌회전'으로 운영되고 있어 교통체증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주민들은 해당 구청과 경찰서에 "도로를 넓히고 교통신호체계를 바꿔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지만 몇 달이 지났는데도 해당관청은 팔짱만 끼고 있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곳이 교통지옥화하는 또 다른 이유는 솔샘터널 너머의 솔샘길 반대방향이 도로로서의 제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무려 7,600여 세대의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섰는데도 삼양로나 도봉로등 주요 대로로 연결되는 도로가 편도 1개 차로에 불과해 하루종일 교통정체가 풀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마을버스 등 대중교통의 이용을 포기한 채 승용차로 반대편 정릉쪽으로 넘어가는 길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새 아파트에 입주한 김대훈(45)씨는 "서울시가 기반시설도 갖추지 않은 채 집짓기에만 급급해 이런 결과가 초래됐다"며 "경전철 도입 등 하루 속히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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