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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영 박사에게 상담하세요]큰아들네서 생활후 손자들이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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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영 박사에게 상담하세요]큰아들네서 생활후 손자들이 무시

입력
2002.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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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큰 아들네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70대 초반입니다. 시골에서 혼자 농사를 짓다가 몸도 불편하고 아들의 권유도 있고 해서 서울로 왔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며느리는 집에 있어 줘 고맙다고 하지만 오히려 손주들이 문제입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두 손주는 자기 방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고 내가 차려주는 밥상에는 손도 대지 않습니다. 컴퓨터도 모르는 무식쟁이 할머니라고 무시하는 것 같은데 손주들과 말도 하지 않고 지내다 보니 서럽다는 생각도 듭니다.(마포구 연남동 김씨)

A 노년기에는 변화에 적응하기가 힘든 데, 한꺼번에 네 가지 변화를 맞으셨으니 오죽 힘드시겠습니까? 건강하다가 몸이 불편하시게 되었고, 시골 넓은 집에서 서울 닭장같은 집으로 오셨고, 평생 사귀던 친지들과 헤어지셨고, 자유를 잃고 구속받는 생활을 하시게 된 것이 그것이지요.

급변하는 사회변화 속에서 댁과 같은 어려움을 지닌 분들이 수 십만 명에 이릅니다. 부모 자식이 함께 살다보면 삼대(三代)가 모두 나름대로 고충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추측컨대, 큰아들 내외는 효심, 통념상의 부모봉양 의무 때문에 핵가족 영위의 희망을 포기했을 것입니다. 맞벌이 며느리 입장에서는 자식들을 돌봐주는 할머니가 필요한 시기는 이미 지나갔지만 말로는 고맙다 하니 한편 기특하기도 합니다. 두 손주들은 할머니에게 각기 쓰던 방 하나를 빼앗겼으니 불편하리라 봅니다. 손주들의 할머니 거부태도는 다소간 며느리의 속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전달된 것이기도 할 것입니다.

우선 좀 참아 보시지요. 그리고 조만간 시골 남은 땅이나 재산의 상당부분을 큰아들에게 넘긴다는 유언을 법적으로 해두시고, 온 자식들에게 알리십시오. 부모자식간에도 주고 받음이 있어야 합니다. 하루에 반나절은 동네 경로당에 출입하십시오. 그러는 사이에 어떤 계기가 생겨 손주들도 할머니를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다른 자식네보다 그래도 큰 아들네와 계시는 것이 온 가족을 덜 불편하게 만듭니다.

건강이 그리 나쁘시지 않다면 다시 시골로 돌아가 옛집이나 이웃 친지집에 머무시는 길이 있습니다. 그럴 경우는 유언장을 내키지 않으면서 급히 만드실 필요는 없습니다. 추울 때만 서울 큰 아들네에 가셔서 서너 달 체류 하십시오. 큰 아들네와는 손주들이 철이 들 5∼6년 뒤에 완전히 합치십시오.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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